[내 생각은] '단통법' 없는 시장을 기대하며

입력 2015-08-13 18:07
조규조 <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 >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안착하면서 혼탁했던 이동통신시장이 정상화되고 통신 소비가 합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단통법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다 관료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통신산업은 독과점적 성격이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 규제를 하는 이유다.

과거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극단적인 시장 실패가 발생했다. 공짜폰이 풀렸다는 소문에 새벽에 줄까지 서가며 구매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소수만이 고액의 지원금을 받고, 다수는 아주 적은 지원금을 받았다. 같은 매장에서 같은 단말기를 구매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가격이 다른, 극단적인 차별이 빚어졌다. 고액의 지원금도 ‘공짜 점심’은 아니었다. 고가 요금제 가입 등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었다. 단통법은 소비자에게 가격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이용자 간 극단적인 차별을 막고,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된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출발한 법이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용자 차별이 확연히 사라졌다. 과거 소수의 번호이동 가입자 위주로 지급되던 지원금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기기변경, 저가요금제 가입자에게도 차별 없이 제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도 달라졌다.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고 20% 요금할인제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데이터중심요금제도 2개월여 만에 600만명을 넘어섰고, 알뜰폰도 5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이통사 간 요금 경쟁이 불붙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좋은 성능의 중저가 단말기도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단통법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변화에는 명암이 있고 고통이 따른다. 단통법을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로서 이 법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도 주시하고 있다. 이제는 시장이 정상화돼 소비자와 산업이 모두 상생하는, 그래서 더 이상 단통법이 필요 없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 글은 본지 7월27일자 A33면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의 칼럼 ‘단통법, 비정상적인 시장을 더 비정상적으로 만들었다’에 대한 반론입니다.

조규조 <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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