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中 위안화 절하 진짜 노림수는…"위안화 패권의 꿈"

입력 2015-08-13 14:48
수정 2015-08-13 16:01
[ 권민경 기자 ]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간 가격과 시장 가격 간 괴리에 대한 조절이다.
환율 체계의 시장화 개선에 큰 효과가 따를 것이다."
(인민은행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 마쥔)

"위안화 절하 조치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에 한층 가까워졌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내 디플레이션 우려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UBS중국 수석 경제학자 왕타오)

중국발(發) 환율 충격이 사흘 연속 금융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11일부터 사흘 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4.66% 떨어뜨림에 따라 증시와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를 두고 '경제' 관점이 아닌 '정치·전략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진짜 이유는 경기 부양의 목적보다는 위안화를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중국발(發) 환율전쟁이 아닌 '위안화 패권전쟁'으로 봐?한다는 것이다.

◆ 中, 사흘 간 위안화 가치 4.66% 절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센터 소장은 13일 "중국의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는 위안화를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며 "경기 부양이 목적이었다면 통화정책(금리인하)을 만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 출신인 전 소장은 투자업계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경기 부양을 놓고봐도 수출 부진이 중국 정부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수출이 몇 개월 째 마이너스를 기록해도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덕분에 무역수지는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로 낮은터라 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 경기를 부양하고 GDP를 끌어올린다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위안화 절하는 경기 부양을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위안화 국제화, 더 나아가서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전 소장은 진단했다.

특히 위안화가 기축통화 반열에 올라서려면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편입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중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 역시 IMF가 SDR 편입을 위해 요구한 '환율 시장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중국 신화통신 역시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글로벌 통화전쟁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은 위안화 환율 개혁이 IMF의 지지를 얻었다고도 밝혔다.

IMF는 위안화 절하와 관련해 전날 성명을 통해 "환율?결정하는 데 있어 시장에 더 큰 역할을 허용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 중국 위안화 절하, 고시환율의 '시장화'

지금까지 중국 위안화 고시환율은 인민은행이 달러를 비롯한 주요국 통화의 환율과 은행들의 호가를 감안해 결정했다. 완전 변동환율체제가 아니라 정부가 일일 고시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통제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위안화는 기축통화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중국 정부는 환율 정책 개선에 대한 IMF 측 요구를 받아들여 이번 위안화 절하를 통해 기준환율 산정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수석 연구원은 "기존 고시환율이 글자 그대로 '고시'의 성격이 짙었다면 새로 도입된 환율 방식은 전날 은행 간 시장 환율의 종가, 외환시장 수급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산정 방식의 변화로 인민은행은 고시환율과 시장환율의 누적된 괴리를 '일회성'으로 축소하기 위해 지난 11일 위안화 고시환율을 1.86% 절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중국의 최근 위안화 절하 조치는 단순한 경기 부양보다는 IMF의 SDR 편입과 연결시켜 봐야 한다"며 "이는 위안화 기축통화를 향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그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중국발 환율전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당초 IMF가 바란 건 시장화를 도입하면서도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이었을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중국 정부로서는 시장화를 위해 노력했고, IMF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안화, 국제화 위해 중장기 절상화 기조

위안화 시장화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절하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중장기적으로 위안화는 절상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달러화 대 위안화가 1대 1이 돼야 하지만 현재는 6.4010위안 수준까지 위안화가 절하됐기 때문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3~6.5위안 부근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환율 상승(절하)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국이 IMF SDR 편입과 위안화 국제화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위안화가 절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중국의 외환보유고를 감안해도 위안화 절상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 봤을 때 위안화가 추세적으로 절하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對)중 무역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은 그동안 중국 정부에 위안화 절상 압박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위안화 절하 조치를 두고 미국 정가에서는 이미 중국의 환율 조작을 응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국 피를 빨아먹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 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에서는 위안화 절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위안화가 추세적 약세로 가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전망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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