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신 되찾자"…구글 '두 번째 창업' 나섰다

입력 2015-08-11 18:44
지주회사 '알파벳' 설립…관료화 차단 나선 'IT 제국'

창업주는 지주회사로 옮겨
새 CEO에 인도출신 순다르
로봇 개발 등 신사업 탄력


[ 전설리 기자 ] “11년 전 세르게이(구글 공동 창업자)와 나는 틀에 박힌 기업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알파벳 설립을 비롯 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10일(현지시간)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발표한 공개서한의 첫 문구다. 구글이 조직 대수술에 나선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벤처 정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선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다. MS는 PC 시대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제패했으나 모바일 시대를 따라잡지 못해 경쟁에서 밀렸다. 안주한 결과다.

페이지는 서한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차세대 성장을 주도하는 기술산업에서는 편안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IT 제국인 구글의 조직 개편은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혁신 신사업 강화

조직 개편을 통해 구글은 내부에 있는 각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지주사인 알파벳에 편입하기로 했다. 구글도 알파벳 자회사가 된다. 인터넷 검색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 핵심 사업이 구글에 남는다. 구글X, 캘리코, 구글벤처스 등은 알파벳 자회사로 재편된다.

공동 창업자인 페이지 CEO와 세르게이 브린 기술담당 사장은 각각 알파벳 CEO와 사장을 맡는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알파벳 회장이 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제품 수석부사장은 구글 CEO로 승진해 핵심 사업을 맡는다. 나머지 자회사에도 별도의 CEO를 임명해 경영을 책임지도록 하기로 했다.

조직 개편으로 신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구글 내에서 스마트 홈, 로봇 개발, 노화 예방 프로젝트, 벤처 투자 등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해오던 조직들이 벤처 정신으로 재무장해 박진감 있게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구글 창업 1세대 주역들이 알파벳으로 옮긴 것도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페이지 CEO는 지주사를 알파벳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에 대해 “알파벳은 인류 최고의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알파(α, 시장수익률 이상의 절대 수익)에 대한 베팅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벅셔해서웨이 벤치마킹

구글의 조직 개편은 관료화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10여년간 구글이 인수한 기업은 200개가 훌쩍 넘는다. 최근 1년간 인수한 기업만 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구글에 매각하기 위해 창업에 나선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조직이 거대해지?점차 관료화해 간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는 “10여년 만에 구글이 게릴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800파운드 고질라로 변신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구글 내에 혼재한 다양한 사업이 독립함에 따라 경영 투명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은 구글의 신사업 투자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요구해왔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의 이번 조직 개편이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를 모델로 했다고 분석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지주사 아래 부동산 보험 철도 등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페이지 CEO는 작년 10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을 동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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