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11일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중국의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에 아시아 신흥시장국 통화들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9.1원으로 마감해 전날보다 15.9원 급등한 채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으로 2012년 6월5일(종가 1180.1원)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장중 한때 달러당 1180.5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환율정책을 변경하면서 앞으로 아시아 통화들이 당분간 위안화와 동조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원화도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이런 원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출기업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중국이 그동안 내수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을 돌파하기 위해 통화와 재정정책에 이어 환율까지 동원했다는 점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긍정적 효과는 위안화 절하에서 보듯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한층 강해졌다는 것이며, 중국 정부가 추가로 경기부양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원화의 움직임도 상대적인 것이어서 상대 통화의 움직임에 따라 하락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그동안 금융완화정책을 펴온 상황 속에서 이제 외환까지 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위안화는 현재 관리변동이고 밴드가 있어서 많이 가져가긴 어려울 것이고 원화 약세도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이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각종 완화정책을 구사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결국 환율까지 동원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점이 부각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더욱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중국의 이번 위안화 절하조치가 여타 아시아 국가나 신흥시장국의 중앙은행들이 줄줄이 평가절하에 나서는 환율전쟁으로 비화된다면 국제시장의 변동성과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이탈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우리는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덕에 국외투자 확대를 유도할 정도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은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급격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승지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이는 심리적으로도 우리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과 맞물려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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