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자본잠식에도 버티는 '석탄공사 미스터리'

입력 2015-08-10 18:27
왜 이렇게 됐나
무연탄 수요 93% 급감…캐면 캘수록 손해
탄광 폐쇄해야하지만 정치적 후폭풍 우려…정부, 연 500억 세금 투입

해법은 없나
"연탄 가격 올리거나 석유·가스공사와 합쳐야"
'통폐합 1호' 되나 주목


[ 김재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국민 담화에서 ‘2단계 공공개혁’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대한석탄공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탄공사는 11년째 자본잠식 상태이고, 정부가 적자 보전을 위해 매년 500억원 이상을 쏟아붓지만 실적 개선이 요원한 ‘돈 먹는 하마’와 다름없는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으로 꼽힌다.


2단계 공공개혁의 핵심이 공기업의 중복 과잉 업무 통폐합과 부채가 많은 기관의 구조조정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 1순위다. 하지만 석탄공사는 서민 가구의 연료인 연탄의 재료(무연탄)를 공급하고, 국민적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에서 매번 제외돼 왔다.

10일 석탄공사의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부채는 1조5603억원으로 자본금(265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자본잠식은 2004년 이후 이어지고 있다. 2013년 824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712억원의 순손실을 낸 석탄공사 실적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분석 결과 2018년 석탄공사 부채는 1조7376억원으로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석탄공사 부실은 연탄 수요가 급감한 데서 비롯됐다. 무연탄의 국내 수요(소비)는 가장 많았던 1988년 2564만에서 작년 188만으로 93% 급감했다. 연탄 수요가 소득 증가에 따라 석유, 전기,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대체된 탓이다. 2013년 말 기준 연탄 사용 가구는 전체의 0.7%(12만1000가구)에 불과하다.

수요는 급감했지만 채굴비용은 더 비싸졌다. 최광국 산업통상자원부 석탄산업과장은 “과거엔 지면이나 지면 가까이에서 채굴했으나, 지금은 땅 깊숙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며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석탄공사의 매출원가(2013년 기준 2308억원)는 매출(2155억원)보다 많다. 주 업무의 매출만으로도 153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얘기다. “석탄공사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자원업계 관계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석탄공사에 정부는 2013년 520억원, 작년 551억원 등 매년 예산을 지원하며 연명시키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석탄공사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 시장 논리를 들이댈 수 없다는 이유가 첫 번째다. ‘국내 유일의 부존자원(무연탄) 생산 및 서민 연료의 안정적 공급 책임이 있다’며 석탄공사가 내세우는 명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석탄공榮?강원 원주혁신도시로 지난달 이전했다. 석탄공사가 현재 운영 중인 탄광 세 개 중 전남을 제외한 두 개가 강원에 있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강원의 민심을 봐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석탄공사를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은 탄광 폐쇄 조치가 나왔을 때 대규모 시위(1999년 사북시위·태백사태)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젠 정치적 눈치까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석탄공사 개혁을 위해선 두 가지 조치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연탄값 인상이다. 정부가 고시하는 연탄값은 2009년 이후 5년째 동결(공장도가격 373.30원, 판매가격 391.25원)됐다. 권혁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탄값이 너무 낮아 서민가구뿐 아니라 화훼농가 등도 사용하는데 연탄값을 올리면 이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석탄공사 영업실적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서민가구엔 지금 해오던 대로 인상분만큼 쿠폰을 지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석탄공사를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가스공사 등과 통폐합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통일 시대를 대비해 석탄 채굴 경험을 유지하고 서민가구 안정을 위해 석탄사업을 계속하되,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중복된 자원 기능을 한군데로 합치는 방안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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