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 '어닝쇼크' 등 실적 부진…57개국 중 지수 상승률 45위
수출주, 환율 효과 못누리고 저유가로 에너지·화학주 되레 부담
외국인 이탈 거세지면 '투매' 우려
[ 김동욱 / 윤정현 / 민지혜 기자 ] 주식시장에 ‘비관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7.06포인트(0.35%) 하락한 2003.17로 마감했다. 장중 1993.96까지 떨어지며 7월9일(1983.78·장중) 이후 한 달여 만에 2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57개국 주요지수 중 7월 이후 상승률이 45위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하다. 이날도 LG전자가 200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4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만도, 현대건설, 삼성SDI, LS, 삼성중공업, 두산중공업, 대우인터내셔널 등 주요 대형주가 1년 신저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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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진한 기업 실적
코스피지수가 3거래일 만에 26.59포인트 하락했다. 대형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는 2013년 7월 이후 최저치까지 밀렸다. 증권가에선 현 지수대에서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 ‘투매 현상’까지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쳤던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주식시장을 누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증시 상승을 이끌 성장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고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18개 기업을 살펴본 결과 이들 기업이 발표한 영업이익(22조6000억원)은 당초 예상치(25조6000억원)보다 11.7% 적었다.
‘어닝 쇼크’를 낸 조선사의 실적 부진이 반영된 측면이 크지만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다른 주요 종목들도 기대보다 낮은 성적표를 낸 경우가 많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실적 추정치보다 2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난 종목 명단에는 제약업종 한미약품(-92.01%)과 태양광 대표주자 OCI(-85.45%)를 비롯해 삼성엔지니어링(-52.0%), 이마트(-42.71%), LG상사(-30.39%) 등 업종 대표주가 다수 포진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대형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0.9배까지 떨어졌지만 저평가 매력이 부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요 상장사의 실적 부진은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 많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대기업의 어닝쇼크 이후 반등을 모색할 만한 계기가 없다는 것이 실적 악화보다 더 큰 문제”라며 “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중국 수출도 7월에 많이 줄어든 만큼 제조업 중심 기업들의 3분기 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2) 증시 짓누르는 유가 하락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유가도 주식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0.79달러 떨어진 43.87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97.34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 3월17일의 연간 저점(43.46달러)에 근접했다. 5월 배럴당 60달러대로 반등했던 유가는 지난달부터 다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유가 약세는 통상 원가 하락과 내수소비 증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출 확대 등을 유발하는 호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가 하락을 바라보는 주식시장의 시선이 바뀌었다. 수출주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고, 에너지·화학 업종의 실적 불확실성은 커졌기 때문이다. 신흥국 원유 수요가 부진한 탓에 최근 유가 하락이 불거졌다는 분석도 주식시장을 누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유가 하락은 달러 강세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유가 하락은 신흥국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코스피지수와 유가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도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서상영 KR투자연구소 이사는 “유가와 코스피지수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며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가 줄어 유가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 풀리지 않는 대외악재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주식시장 불안 등 대외불안이 계속되는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전자산 회귀현상이 강화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 2~5월 매달 1조3000억~4조7000억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진 6월 이후 순유출로 전환했다. 지난 6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9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지난달 순매도 규모를 1조7911억원으로 늘렸다. 이달 들어서도 6거래일 중 5거래일간 순매도 행진을 하는 등 발을 빼는 분위기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 둔화 조짐, 유럽 불안 등이 계속되면서 대외변수 중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없다는 사실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욱/윤정현/민지혜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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