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초청하고 면담도 안한 김정은

입력 2015-08-09 19:31
이희호 여사 방북 마치고 귀환
대남담당 김양건도 못만나


[ 전예진 기자 ] 지난 5일 방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귀환했다.

이 여사는 3박4일간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8일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양에서 애육원과 육아원 등을 방문하고 해맑은 어린이들의 손을 잡으면서 다음 세대에 분단의 아픔을 물려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2000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포한)6·15가 화해와 협력, 사랑의 선언과 평화와 하나됨의 역사를 이루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방북 기간 이 여사와 김정은과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여사 측이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이 여사를 초청한 김정은은 이 여사가 북한에 도착한 첫날 맹경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평양 방문을 환영한다는 방북 인사를 전했을 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친서도 전달하지 않았다. 이 여사 측은 귀환 전날 묘향산호텔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과의 면담이 어렵다는 사실을 북측으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김양건 대남담당비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여사는 맹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초청과 환대에 감사하고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김대중평화센터 측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 여사와 만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의 외교력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정은은 2013년 몽골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도 만나지 않았고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 초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일성 사망 6년 후 본격 정상외교에 나선 김정일의 선례를 따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호전적이고 비외교적인 김정은의 은둔정치가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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