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줄어든 해외 유학생…10년전 수준

입력 2015-08-09 18:54
수정 2015-08-10 09:39
경기침체·취업난 겹쳐
조기유학도 안가…10대 출국자 7년새 40% '뚝'

경기침체로 씀씀이 줄고
어학연수·해외졸업자 취업시장 선호 낮아진 탓
학비·체류비 비교적 비싼 호주·미국·영국 유학 급감


[ 이승우 기자 ] 어학연수와 유학 등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학생이 감소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든 데다 해외 유학을 갔다 온다고 취업이 잘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국제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0일 이상 외국에 머문 한국인은 32만3007명으로 전년(34만6360명)보다 5.8% 줄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20대 출국자는 지난해 12만6554명으로 전년(13만5808명)보다 6.8% 감소했다. 10대도 3만8037명에서 3만5570명으로 6.5% 줄었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지속됐다. 연간 출국자는 2007년 40만58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다. 모든 연령대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 출국자는 2007년보다 19.0%, 10대는 39.8%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2004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후퇴했다.

윤연옥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10~20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도 있지만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교생의 조기유학이 줄어든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출국자가 계속 늘어나던 2007년 이전에도 10~20대 인구는 줄어들고 있었다.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유학 등이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기침체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으로 빠져나간 유학·연수비용을 보면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유학생(어학연수, 교환학생 포함)의 학비와 체류비 명목으로 해외에 송금된 금액은 37억210만달러로 2005년 33억8090만달러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금액은 2007년 50억253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학비 비싼 호주·미국 유학 급감

교육부가 매년 4월1일을 기준으로 조사하는 국외 한국인 유학생(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도 지난해 21만9543명으로 전년 대비 3.3%(7583명) 줄어들었다.

특히 학비·체류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호주 미국 영국 등의 감소율이 높았다. 호주의 한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1만4139명으로 3년 만에 2만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유학생이 가장 많은 미국도 2012년 7만3351명에서 2013년 7만2295명, 지난해 7만627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유학비가 상대적으로 싼 필리핀의 유학생은 2013년 4668명에서 지난해 7073명으로 52.5% 급증했다.

대형 유학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1년씩 갔던 어極Ъ層?요새는 한 학기만 가는 학생들이 많다”며 “지난해 세월호 사건 등 대형 사고로 자녀를 혼자 외국에 보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취업도 영어보단 직무 능력

달라진 취업 시장도 어학연수, 유학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어학연수 경력이나 해외 대학 졸업장이 취업의 ‘보증수표’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예전에는 영어 실력이 사람을 뽑는 중요한 잣대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학연수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가산점을 줬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어보다는 직무 관련 능력을 더 중점적으로 보는 방향으로 채용 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 조기교육 열풍으로 과거에 비해 영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학연수 경험이 별다른 가점요인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해외 대학 졸업자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외국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뽑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 대학보다 국내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외국 대학 출신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담당자는 “외국인과 자주 의사소통을 해야 하거나 외국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자리에는 아예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향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日 ‘사토리 세대’와 닮아 가

이 같은 흐름마저도 일본을 닮아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90년대 초반부터 유학생 증가폭이 둔화됐고 199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 ‘해외에서 바쁘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이른바 ‘사토리 세대’가 생겨났다. 사토리란 ‘깨달음’ ‘득도’ 등을 뜻하는 말로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돈과 명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청년들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유학생 감소가 경제적·사회적 침체로 이어진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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