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유치 총력전 나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쇼핑·공연·음식 문화로 승부"
메르스 타격은 관광 인프라 점검하는 '예방접종'
14일부터 '코리아 그랜드 세일'…중소기업 등 참여
다양한 스토리 관광산업 개발에 꾸준히 지원
창덕궁 '달빛기행' 인기…경복궁서 공연 추진
만난 사람=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 서화동/김보영 기자 ]
“8월 한 달이 방한 관광시장 정상화의 ‘골든타임’이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방한 관광시장을 하루빨리 되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행사와 관련한 외국 관광객 유치 노력에 관해 묻자 ‘8월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김 장관의 최근 일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도 관광시장 정상화와 관련한 업무다. 4일 저녁에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5 섬머 K팝 페스티벌’ 공연을 직접 관람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반응을 살폈다. 惻?乍〈?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베이징, 홍콩에 다녀왔다. 중화권 일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여행업계·언론계 팸투어 참가자들을 만나면 “한국의 메르스 종식 소식을 널리 알려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주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을 친절하게 맞이하기 위한 ‘K스마일 캠페인’ 유관기관 협약식(12일), 코리아 그랜드 세일 환영 이벤트(14일) 등 관련 행사가 꼬리를 문다. 방한 관광시장 정상화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김 장관을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났다.
▷메르스로 인한 국내 관광시장 피해가 어느 정도입니까.
“메르스가 발생한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관광수입이 약 1조2000억원 줄었습니다. 방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요. 2분기 성장률이 0.3%에 그친 주요 원인으로도 메르스가 꼽히고 있습니다.”
▷관광시장 회복 방안이 있습니까.
“방한 촉진을 위해 대규모 홍보 마케팅을 이달에 집중 시행할 계획입니다. 4일 서울광장에서 연 K팝 콘서트를 시작으로 여러 건의 K팝 행사가 열릴 것입니다. 중국어권 국가의 언론사와 여행업계 대표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도 예정돼 있습니다. 오는 25~26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우호교류 행사에 500명을 파견하는 등 홍콩과 대만, 일본 등 주요국과 민관 교류행사를 열 것입니다.”
▷메르스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요.
“(메르스 사태를 겪은 것을) ‘예방주사 맞은 거라고 생각하자’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등 우리 관광산업 전반을 재정비하자는 얘기죠. 각국 관광장관을 만났을 때도 불만 사항을 많이 받았어요. 부실한 프로그램, 면세품 강매로 논란이 일고 있는 초저가 여행상품 문제 등이 대표적이죠. 일본보다 관광 콘텐츠가 꽤 부족합니다. 숙박시설이 싼 것도 아니고요. 숙박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학교 인근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을 설득할 방법이 있습니까.
“개정안 적용 대상인 관광호텔에 유해시설이 없고,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투숙하는 곳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호텔 로비와 주차장 등에 개방형 구조를 적용하는 등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추가 방안도 제시할 계획입니다. 야당은 관광호텔이 퇴폐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알면서도 학부모의 반발이 심하다며 계속 반대하고 있어요. 관광업계는 절박한데 말입니다. 계속 설득해야죠.”
▷방일 관광객이 방한 관광객을 예상보다 빨리 추월하고 있습니다. 역전 현상이 심각한데요.
“국내 인바운드(방한) 관광시장은 2012년 1000만명을 달성한 이후 지난해 1420만명을 넘어서는 등 급성장했는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본래 탄탄한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를 갖고 있는 데다 ‘엔저(低)’ 특수를 누리며 외래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어요. 메르스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도 봤고요. 단기간에 효과를 낼 묘방은 없습니다. 관광시장의 성장동력을 회복하려면 쇼핑과 공연, 음식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내세워야 합니다. K팝을 포함해 우리나라 공연은 뛰어난 수준입니다. 중국인들은 음식이 맛없으면 놀러 오지 않습니다. 우리 장점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알려야죠.”
▷관광 비수기인 연말연시에 하던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대폭 앞당겼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원래 연말에 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관광시장 회복을 위해 21일부터 하려다 1주일 더 앞당겨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공휴일로 정한 14일부터 시작합니다. 전에는 문체부와 관광공사, 한국방문위원회 중심으로 했지만 올해는 정부 각 부처와 대·중소기업 등 참여 범위가 대폭 확대됐습니다. 면세점 할인뿐 아니라 숙박 할인 혜택도 주려고 해요. 효과가 확실히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관광시장의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습니다.
“맞습니다. 나라별로 관광객이 고루 분포된 일본에 비하면 우리가 참 부족하다 싶습니다. 이 문제 역시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고 지속적으로 인프라와 콘텐츠를 강화해야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에서도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요우커들이 일시에 빠져나갔을 때 대책이 있습니까.
“카지노는 하나의 유인책일 뿐 공연과 쇼핑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복합리조트를 이루도록 할 것입니다. 중국인이 몰려오는 걸 막을 이유는 없지만 빠져나갈 경우에 늘 대비해야 합니다. 메르스 같은 일로 언제든 이용객이 급감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여러 부문이 고루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복합리조트를 선정하는 중인데 과열 문제는 없나요.
“기본제안서(RFC)가 34개나 들어와 예상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제안요청서(RFP) 제안 공고가 나면 최종 제안서는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국 음식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얼마나 긴 역사를 가진 음식인지, 조상의 지혜가 어떻게 녹아 있는지 설명하는 전시를 곁들이니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문화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음식에 이야기를 입혀 문화로 만드는 작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야기와 사연을 담은 ‘스토리 관광’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텐데요.
“음식문화 등 다양한 스토리 관광산업을 발굴하기 위해 문체부에서 예산을 꾸준히 지원할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문화 중 스토리 관광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예를 들어 창덕궁 ‘달빛기행’은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인데, 고즈넉한 느낌을 살려 고급화하고 경복궁에는 공연을 보며 녹차를 곁들이는 비슷한 대중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은 ‘관제행사’라는 시행 초기의 우려와 달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시행하는 행사 중 하나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참여 업체가 두 배 이상 늘었어요. 할인 혜택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국립 시설에선 가급적 최소한 ?돈만 내도록 하려고 해요. 고궁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뿐 아니라 마지막 주 전체를 공짜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최근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문체부 인사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인사 결과는 원래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능력 중심으로 뽑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요. 제가 홍익대 출신이라서 홍익대 출신만 쓴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홍익대에서 제가 있었던 과(시각디자인과)는 미대 내에서 홍익대 출신이 가장 적어요. 국립현대미술관장도 그렇습니다. 세계적 위상을 갖추려면 굳이 국내에서 공부한 한국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거는 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종덕 장관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학계와 현장을 두루 거친 디자인·영상·광고 전문가다. 경동고와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시각디자인 관련 단체장을 잇따라 맡으며 리더십을 키웠다. 짧지만 굵은 광고업계 경력도 있다. 미국 유학 때 미국 NBC 영상감독을 맡았던 김 장관은 귀국 이후 광고를 제작하는 선우프로덕션에서 CF 감독으로 일했다. 해태 에이스크래커 광고로 한국광고대상 제과부문 대상, 금강제화 랜드로버 광고로 SBS광고대상 의류부문 대상을 잇따라 받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야구선수 박찬호의 게토레이 광고, 국산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 제작도 그의 작품이다. 영락없는 ‘교수 인상’과 달리 암벽등반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다. 장관으로 일하기 직전까지 꾸준히 암산을 타고 행글라이딩을 즐겼을 정도다.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졸업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 대학원 영상디자인 석사, 서울대 대학원 언론정보학 박사 △한국그래픽디자이너협회 영상분과위원장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영상분과위원장 △한국디자인학회 총무이사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부회장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부교수 △한국데이터방송협회 회장 △홍익대 영상대학원 원장 △제10대 한국디자인학회 회장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만난 사람=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 정리=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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