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은 때리기가 아니라 '휘두르기'
똑바로 멀리 보내려는 욕심 다스려야
아마추어들이 겪는 가장 일반적인 병이 슬라이스다. 대개 만성병으로 존재하지만 감기처럼 급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슬라이스와 급성 슬라이스는 원인도 대책도 다르다. 그렇지만 발생 원리는 단순하다. 탁구로 이야기하면 커트 볼을 친 것이다. 몸이 너무 빨리 회전해 미처 클럽이 따라오지 못하기도 하고,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원활한 로테이션 동작(손바닥 뒤집기)이 일어나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몸동작을 수정해주면 슬라이스가 치유된다는 게 교습가들의 일반적인 해법이다.
그런데 슬라이스는 치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아마추어 골퍼를 괴롭힌다. 너무도 단순한 물리현상이 이렇게 끈질기게 골퍼를 괴롭히고 있다면 보다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야 하고, 전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우리는 호모 하빌리스, 즉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그 도구로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안다. 호미를 주면 호미질을 하고 도끼를 주면 도끼질을 한다. 골프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클럽을 주고 공을 쳐보라 하면 열이면 열 모두 공을 ‘때려서 보내려’고 한다. 때리기는 골프채라는 도구가 주는 직관적인 운동 본능인 셈이다.
“빈 스윙을 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공만 보면…”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공을 때려서 보내려고 하는 직관적인 운동본능이 있구나’ 하고 인정해야 한다. 때리려는 마음은 손목 동작을 극도로 제한한다. 실제로 작대기를 들고 뭔가를 때려보자. 손목이 굳어지면서 때리려는 물건에 이르러선 속도를 제로로 줄이려는 감속운동을 한다. 골프 스윙은 때리기가 아니라 휘두르기다. 멀리 보내려는 욕구가 더 힘을 줘서 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변하는 순간 손목이 굳어지면서 슬라이스가 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공을 똑바로 보내려는 마음이다. 그 마음 또한 클럽의 자연스러운 로테이션 동작을 방해한다. 그냥 빈 스윙을 해보면 손목이 자연스레 돌아가고 손바닥이 찰나의 순간에 뒤집어진다. 그런데 공을 치려고 하면 손목운동에 장애가 생긴다. 퍼팅할 때처럼 공이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 수직으로 클럽페이스를 움직이고자 하는 무의식이 발동하는 거다. 초보 시절 오랜 ‘똑딱볼 연습’의 결과이기도 하고, 저속운동의 경험을 고속운동에도 적용하려는 감각의 오류다.
탁구나 테니스 혹은 야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쉽게 이해한다. 고속운동 상태에서는 라켓이나 배트가 회전운동을 해야 직진성의 공을 만들어낸다는 경험이 몸에 축적돼 있다. 그 경험을 되살리기만 하면 골프에 있어 클럽 헤드의 고속운동을 터득한다.
슬라이스는 노력 대비 기대수준이 높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연습은 200m를 겨우 보낼 만큼 하면서 기대는 250m에 가 있다. 몸은 빨리 돌아가고 클럽헤드는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슬라이스다. 터무니없는 욕심을 다스리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보내는 단계적인 연습을 거치지 않고 슬라이스를 고칠 방도는 없다. 마음의 작용을 수정하는 건 결국 골퍼의 몫이다.
김헌 < 마음골프학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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