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포퓰리즘 세제'
2015 세법개정안 조세감면 정비 기대 못미쳐
올해 말 없애야 할 비과세·감면 70% 연장
근로자 절반이 세금 안내는 면세비율 그대로
[ 김주완 기자 ]
박근혜 정부는 임기 초 ‘증세 없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가계부에 따라 비과세·감면 정비로 임기 내 18조원의 추가 세입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30조원에 달하는 각종 조세 감면액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정부는 이런 계획에 따라 매년 세법개정안을 마련할 때 비과세·감면 정비 목표를 ‘공격적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지난 6일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 역시 각종 조세감면 정비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확보에 유리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심성 세제를 유지하거나 확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표 유리한 조세 감면 대거 연장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연말까지 적용 기간이 끝나는 88개의 비과세·감면 세제 혜택 중 19개는 폐지하고 8개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지난해보다는 정 炷꼭?소폭 증가했지만 2013년(72.7%)에 비하면 절반 이하인 30.6%에 그쳤다. 나머지 60개에 달하는 비과세·감면 혜택은 연장했다.
택시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개별소비세(㎏당 40원)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연간 55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 회사택시 운송사업자가 지급하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의 95%도 같은 기간까지 깎아줄 방침이다.
특히 농어민에 대한 세제 지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지원 규모가 1조3754억원에 달했던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도 2018년까지 연장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꼭 필요한 지원은 조세가 아닌 재정 지출로 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정부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조세 감면 연장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심성 부가세 면제 그대로
세제개편을 앞두고 전문가 사이에선 그동안 선심성으로 남발한 부가가치세 면세 항목을 이번에는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손대지 못했다.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 이후 거의 바뀌지 않은 미(未)가공 식료품, 영리학원, 생리대 등 면세 대상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올해 일몰이 도래한 일부 대상도 대부분 연장됐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영구임대주택 난방용역, 공장학교 등 급식용역, 도시철도 건설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2018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수 확충을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를 올리기보다 간접세인 부가세를 더 걷는 게 조세 형평이나 효율성 측면 【?더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부가세 항목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국 손질을 못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세자 비율도 못 줄여
올초부터 논란이 됐던 근로소득자의 높은 면세자 비율도 낮추지 못했다. 정부가 2013년 소득세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고 연초 연말정산 파동을 무마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세금을 대폭 깎아주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다. 2013년 32%에 불과하던 면세자 비율이 지난해 48%까지 급증했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에도 기재부는 면세자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이번에 내놓지 못했다.
지난달 국회 요구로 기재부는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방법으로 소득세에도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방안과 표준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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