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1조 밑으론 못팔아"…박 회장 "6000억원이 적당" 팽팽
지난달 협상 시작했지만 진전 없어…채권단은 헐값 매각 논란에 눈치만
협상지연땐 경영정상화 차질 우려…"양측 적절한 합의점 찾아야" 의견도
[ 서욱진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협상을 채권단과 시작했지만 진척이 되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협상단에 포함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채권단 대표로 협상을 하고 있는 산업은행 등도 똑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아 가격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 협상 진척 없어
박 회장 측과 채권단은 지난달부터 금호산업 지분 ‘50%+1주’에 대한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박 회장 측은 6000억원 안팎에 인수를 원하는 반면 채권단은 1조원이 넘는 돈을 받기를 희망해 가격 차이가 애초부터 너무 컸다. 그런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대우증권 등이 협상에 나서고 있다. 하지 ?금호산업의 1대주주(지분율 8.55%)인 미래에셋은 협상단에서 빠져 있다.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주당 5만9000원, 총 1조213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른 채권 금융회사들은 별도의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미래에셋의 가격을 채권단 가격으로 정한 상태다. 채권단 내에선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금호산업 지분을 갖고 있는 미래에셋이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래에셋이 협상장에 직접 나오지 않다 보니 진전이 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 측으로선 애가 닳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을 다른 채권단이 깎아주겠다고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주당 6만원 수준인 취득가보다 현저히 싸게 팔았다간 자칫 특혜나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며 “서로 눈치만 보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냉가슴 앓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협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호산업과 금호산업의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빨리 안정시켜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타이어와 함께 그룹의 핵심 축”이라며 “지금처럼 경영권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사업 계획조차 짜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등 주요 채권단이 협상장에 나서 가격협상을 빨리 마무리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채권단의 일원으로 우리가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합리적인 가격을 밝혔을 뿐”이라며 “다른 채권자들과 마찬가지로 의결권 비중만큼 권한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지 협상을 주도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투자원금을 찾을 수 있는 가격으로 팔기를 원하지만 전면에 나섰다가 협상이 결렬될 때의 책임론은 피하고 싶은 것 같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서는 금호산업을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채권단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적절한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협상을 거쳐 결정한 가격을 통보받으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만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6개월간 공개 매각을 하게 된다. 공개매각이 실패하면 다시 박 회장과 협상하게 된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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