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글로벌 채권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다. 제로금리(연 0~0.25%)를 유지했던 Fed의 첫 금리 인상은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 단행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동안 초저금리 아래 글로벌 채권시장은 급팽창했다. 지난 3년간 채권 발행액이 연간 6조달러를 웃돌고 올해도 이미 3조8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2013년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때와 같은 고통을 수반할 것이란 예상이다. 크게 보면 지난 30년간 채권금리 하락이란 슈퍼사이클의 종언이란 분석이다.
국제금융가에선 앞으로 채권이 ‘무위험 수익’(안전자산)이 아닌 ‘무수익 위험’(위험자산)이 될 것이란 가시돋친 농담까지 돈다. 하지만 강세장이 끝나고 곧바로 약세장으로 돌변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고 한다. 금리 인상이 진즉에 예고된 만큼 시장에 내성이 생겼고, 인상하더라도 2017년 말까지 연 3% 이하로 속도가 완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일본과 유로존의 양적 완화는 좀 더 이어질 전망이고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플레이어의 관점일 뿐, 우리로선 낙관할 수 없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
우선 금리 인상에 앞서 미국은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3주간 신흥국 증시에서 144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우리나라도 당장은 환율이 올라 수출에 다소 숨통이 틔었지만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특히 세계 채권의 큰손인 중국이 경기둔화로 1조위안(약 180조원)의 인프라용 채권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유가하락으로 재정이 악화돼 연내 27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시장의 수요는 줄고 공급만 늘고 있는 셈이다.
주가 급락은 심리적 충격을 주지만, 채권 금리가 뛰면 실물경제에 골병이 든다. 경기부진에다 기업 실적까지 악화한 우리나라로선 미국 금리 인상은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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