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 기자의 맞짱골프 (4) KLPGA 유망주 황지애 프로
오른발로 먼저 기준 잡고 어드레스해야 정렬 좋아져
왼쪽 어깨 기준 타깃 보면 푸시성 샷 나올 확률 높아
바람 불때 잔디 날려 45도 각도로 떨어지면
한두 클럽 길게 잡아야 스리쿼터 스윙이 효과적
[ 이관우 기자 ]
장맛비가 뿌리는 가운데 바람까지 불었다. 초속 6m의 강풍에 흩날리는 빗물이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라운드를 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골프의 성지’ 스코틀랜드의 악천후가 머릿속을 스치는 사이 비옷으로 갈아입은 그가 카트에 오르더니 말했다. “차라리 잘됐네요. 이런 날씨가 트러블샷 익히기엔 더 좋거든요. 타수는 좀 잃겠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황지애 프로(22·볼빅). ‘긍정 소녀’란 어릴 적 별명이 맘에 쏙 든다는 그는 “안된다고 하면 될 것도 안된다”며 티오프를 재촉했다. 비바람이 뭐 대수냐는 듯 씩씩했다. 경기 시흥의 솔트베이CC에서 벌어진 그와의 맞대결은 비, 강풍과의 사투로 시작됐다.
미소천사에서 매운 시어머니로
그를 처음 본 건 지난 6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대회에서였다. 퍼팅 연습을 위해 아침 일찍 가장 먼저 그린에 나온 그는 볼에 무언가를 그려넣고 있었다.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를 상징하는 황금곰. “퍼팅만 1~2타 줄여도 우승권인데 그게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느껴져요. 그래도 니클라우스처럼 골프를 즐기면 언젠가는 우승도 할 수 있겠죠?”라며 웃었던 그다.
3부투어와 2부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다가 1부투어에 입성한 그가 궁금해졌다. 당장은 정규투어 10위권 진입이 목표라던 그는 얼마 후 열린 금호타이어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10위에 올랐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돼 필드에서 다시 만난 그는 그때와 사뭇 달랐다.
“지금 오른쪽 해저드 방향으로 보고 계세요. 오늘 보니까 계속 그쪽으로 서시더라고요.”
영락없는 시어머니였다. 2번, 3번홀 연속 보기를 하자 그가 티잉그라운드로 올라오더니 발 앞에 아이언 하나를 툭 떨궜다. 그러더니 뒤로 물러나서 한 번 보라고 했다. ‘어라, 이게 왜 이렇지.’
뒤에서 본 광경은 믿기 어려웠다. 분명히 페어웨이 정중앙의 타깃을 바라봤다고 믿었다. 그런데 두 발끝과 평행하게 놓인 아이언이 가리킨 곳은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난 오른쪽 해저드였다. ‘이상하네. 똑바로 선 것 같았는데….’
그가 서라는 대로 다시 서자 완전히 왼쪽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쳐본 결과 놀랍게도 볼은 페어웨이 중앙 各막?날아갔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다면 함께 골프를 쳤던 친구 모두가 내 단점을 알고서도 놔뒀다는 얘기? 골프엔 아군이 없다더니….’
“훅 구질이라는 걸 다들 알고 일부러 이야기 안 했을 거예요. 본인도 훅이 무서워서 자꾸만 오른쪽으로 에이밍이 돌아간 거고요.”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당하자 ‘골프는 반드시 뒤를 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운동’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에이밍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해왔는데 정작 내 문제는 모르고 있었다니…. 그는 “프로암에 나가보면 아마추어 중 거의 모두가 에이밍을 잘못하는데 본인은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에이밍을 교정해줘도 왜글과 연습 스윙을 한 뒤에는 십중팔구 슬금슬금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그는 오른발로 먼저 기준을 잡은 뒤 에이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 어깨 기준으로 타깃을 바라보면 본능적으로 시선이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돌아가 푸시성 샷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슬라이스나 훅을 고치는 것보다 에이밍부터 똑바로 일관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에이밍만 제대로 해도 3~4타 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공의 첫 구질을 결정하는 에이밍이 잘못되면 페이스의 각도도 잘못되고, 이 페이스 각도가 끝 구질을 결정하는 만큼 구질이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바람 불 땐 스리쿼터 스윙 유리
후반이 되자 비가 잦아들고 바람은 더 세졌다. 그린과 페어웨이 위의 바람이 정반대로 불기도 했다. 그에게 SOS를 쳤다. 맞짱이 아니라 필드레슨이 된다 해 ?어쩔 수 없었다. “잔디를 뽑아 키높이로 뿌렸을 때 약 45도 각도로 떨어지면 한 클럽 내지 한 클럽 반을 더 길게 잡아야 해요.”
그런 다음 풀스윙을 하지 말고 4분의 3 스윙, 즉 ‘3쿼터 스윙’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비거리는 5~10m쯤 손해를 보지만 정확도가 훨씬 높아지는 게 장점. 그는 “바람이 강하면 휘는 구질을 가진 분들은 3배 정도 더 휜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작게 하는 게 유리하다”며 “공을 평소보다 살짝 오른쪽에 놓고 헤드페이스를 약간 닫아 다운블로로 치는 펀치샷도 자주 쓴다”고 말했다. 쿼터스윙과 펀치샷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단다.
바람이 한층 거세지자 그도 기세가 잦아들었다. 전반 3개의 버디를 뽑아낸 그는 후반 1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데 그쳤다. 퍼팅 스트로크까지 바람에 휘청거리면서 정확도가 떨어진 탓이다. “이런 날은 마음 비우고 연습이라 생각하고 쳐야 해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악천후를 꼭 경험해봐야 하거든요.”
마지막홀 어프로치를 앞두고 타수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없겠느냐고 운을 떼봤다. 그와의 대결은 이미 결판이 난 상태. 파를 지키며 1언더파로 홀아웃한 그가 돌아보며 말했다. “샷에 자신감이 너무 없어요. 들어간다 들어간다 하고 퍼팅만 홀컵을 지나치게 쳐도 타수가 주는데 아마추어들은 그걸 잘 못하더라고요.”
10m짜리 칩샷을 하기 전 집어넣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프린지를 맞고 한 번 튕겨오른 볼이 경사를 타고 오른쪽으로 휘더니 홀컵 안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악천후에서 올린 천금 같은 버디. 9오버파가 9언더파처럼 느껴졌다.
시흥=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장소협찬=솔트베이골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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