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점용료 부과…7억 토해낸 마포구청

입력 2015-08-05 18:39
서울시가 면제해 준 도로점용료, 다시 내라고 했다가 패소

건설사·市 '면제' 합의했는데
區, 관할권 넘겨받자 점용료 부과

大法 "신뢰 어겨"…결국 패소
소송비용·이자 등 세금만 낭비
구청 직원은 '포상금 잔치'도


[ 강경민 기자 ] 서울 마포구청이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건물 사옥을 시공한 민간 건설업체에 무리하게 도로점용료를 부과했다가 소송에서 져 7억원이 넘는 돈을 물어주게 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행정조치를 번복하면서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애꿎은 세금만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6월 현대산업개발이 마포구를 상대로 낸 도로점용료 반환 소송에서 1·2심에 이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상암동 MBC 신사옥을 착공, 2013년 말 완공했다. 시공 과정에서 인근 보도 점용이 불가피해지자 현대산업개발은 2012년 4월19일 관할 구청인 마포구청에 도로점용 신청을 냈고, 마포구는 이날 허가를 내줬다.

서울시는 2004년부터 상암 DMC 입주 활성화를 위해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로점용료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시행해왔다. 이 때문에 마포구도 당시 현대산업개발에 도로점용료를 면제해 줬다. 하지만 溶?조치 엿새 후인 같은해 4월25일 해당 도로의 관할권이 서울시에서 마포구로 넘어오자, 마포구는 현대산업개발 측에 도로점용료를 다시 부과했다. 2012년 4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1년3개월 동안의 도로점용료 7억1100만원을 내라고 한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시 조례에 따라 도로점용료를 면제받기로 서울시와 미리 합의했음에도 마포구가 도로소유권 변경을 이유로 7억원이 넘는 돈을 부과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마포구 측은 “서울시를 거쳐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결과 DMC 단지 내 도로점용료 감면 방침은 무효라는 공문을 받았다”며 “잘못 면제해 준 점용료를 내라고 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일단 점용료를 냈지만 2013년 사옥 완공 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1, 2심과 마찬가지로 ‘행정청에서 의견 표명을 했기 때문에 신뢰보호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마포구는 현대산업개발에 부과했던 7억1100만원을 조만간 반환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소송 비용과 누적 이자 등 수천만원을 마포구에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 구청의 연간 실제 가용예산이 50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용예산의 10%가 넘는 금액을 한꺼번에 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선희 마포구 건설관리과장은 “당시 서울시에 질의한 결과 도로점용료를 부과해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며 “이번 패소는 판사의 판단에 따른 것일 뿐 당시 구청의 행정처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마포구 건설관리과 직원들은 당시 도로점용료 부과에 대한 포상으로 총 120만원의 상금을 받았으며, 이를 구청의 역점 사업인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에 다시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 관계자는 “포상금 지급 여부에 대해선 들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 도로점용료

건설 공사에서 추가 시설 설치 등을 위해 공공 도로를 사용하는 때 도로관리청에 지급하는 사용료. 도로관리청은 도로의 종류 및 등급에 따라 정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나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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