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방위산업 수출 포기할 건가

입력 2015-08-05 18:36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자동차 부품과 총기류를 제작하는 S&T모티브는 방위산업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있다. K11 복합형 소총을 조립하는 업체로서 핵심부품인 사격통제장치의 납기 지연에 따른 손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S&T모티브는 2010년 5월 방위사업청과 694억원을 받고 K11 4178정을 2014년 11월 말까지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같은 해 6월 K11이 처음 실전배치됐지만 탄약폭발 사고와 사격통제장치 균열로 생산이 두 차례 중단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첨단무기의 결함이 양산과정에서 뒤늦게 식별된데다 부품공급 업체의 잘못과 비리 등이 겹친 탓이다. 그간 납품한 총기는 914정. 납기를 어겨 방사청에 물어주어야 할 지체상금은 지난달 말 현재 524억원에 달한다. 사격통제장치가 보완돼 양산 재개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매일 7980만원씩 늘어난다.

국내 기업에 불리한 사업규정

만약 K11을 외국 기업이 군에 공급한다면 납품이 아무리 늦어져도 계약금의 10%에 계약보증금의 10%만 내면 된다. 한국 기업은 지체상금 상한선 적용 대상이 아니다. 방사청은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방위사업 관리규정의 모순을 알면서도 방치해왔다. 지난달 경북 구미와 경남 창원에서 방산기업 간담회를 연 장명진 방사청장은 S&T모티브로부터 정책 개선 건의를 받고 “불합리한 지체상금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방위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7%에서 2012년에는 3%로 떨어졌다. 삼성그룹이 방산에서 철수한 것은 수익성이 낮은데다 자칫 방산비리와 연루되면 주력 제품 이미지까지 실추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방산비리의 주범은 해외 방산업체 무기를 한국 군에 소개하는 무기 중개상이다. 검찰의 방산비리 수사와 감사원의 방사청 감사도 군 선배 출신 중개상의 ‘검은 유혹’에 후배 군인 등이 넘어간 게 드러나면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혈세를 빼돌린 범죄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필요하다. 사정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부작용도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방산 수출액은 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억4000만달러)의 40%에 그쳤다. 매년 높은 신장률을 보였던 방산 수출이 급감소세로 반전한 데는 방산기업의 해외 마케팅 활동이 위축되고 방사청 지원도 약화된 영향이 크다.

절반으로 떨어진 防産 수출

방산 수출은 해당 기업의 노력과 범(汎)정부적 협력이 동반돼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이 2001년 터키에 이어 2014년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게 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 덕분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방산 수출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서 지난 6월 태국의 잠수함 3척 도입 입찰에서 한국은 중국에 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내년 말이면 FA-50 60대의 납품이 끝난다. 수출길을 못 뚫는다면 작업장은 비게 된다. 무기 성능낮?사업과 방산 수출지원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방산업체 사기가 떨어진 마당에 방사청은 최근 14개 방산기업에 중소협력업체 등이 제출한 위·변조 시험성적서의 책임을 물어 3~4개월간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제재를 내렸다. 개당 24원짜리 가열기용 워셔를 만드는 한 중소기업은 시험비용 9만4600원을 아끼려다 적발됐다. 방사청은 납품받은 대기업에도 ‘가짜 성적서’ 책임을 물었다. ‘면피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방산 수출의 앞날이 암울할 뿐이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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