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T자형 주치의'를 만나는 복

입력 2015-08-05 13:07
수정 2015-08-05 13:37
이태규 신경과 원장


[ 이건호 기자 ]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기업에서 필요한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 못지않게 해당 전문영역 이외의 일반상식, 인문사회적 지식 등이 풍부한가를 보고 결정한다.

어느 일본 기업인이 고안했다는 ‘T자형 인간(인재)’은 전문적인 수직적(I) 역량과 아울러 타 분야에도 지식과 역량이 충분한 수평적(--) 역량을 갖춘 바람직한 인재를 의미한다. 글로벌 초대형 기업인 GE도 현대사회의 가장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T자형 인재를 꼽는다고 한다.

반면 수직형 일(I)자 인재는 전문지식과 기술은 뛰어나지만 그 외 영역엔 문외한이고 지식이나 능력, 경험도 별로 없다는 의미다. T자 중에 수평적 역량(경험과 지식 등)이 좋아야 인접 분야에 연관된 일을 잘할 수 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업적을 내는 데 유리하기에 기업 발전에 이바지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갈구하는 ‘기업’ 대신에 자기에게 필요한 좋은 의사를 구하는 ‘환자’ 입장이라면 어떨까? 먼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면 기업과 마찬가지로 T자형 의사를 주치의로 삼을 것이다. 현재나 미래의 건강 문제를 생각한다면 해당 진료과 전문의이면서 의?전반에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가 주치의로서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사들이 어디에 있을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특수한 의료기기가 필요한 희귀 난치병이나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고난도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대형병원의 해당 전문 교수나 해당 세부전문의를 찾으면 된다. 매우 심한 당뇨환자나 여러 약으로도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 환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환자나 시민은 자신의 일시적 또는 만성적 건강상 문제로 수시로 찾아 진료받을 수 있는 T자형 의사를 개원가에서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평생 이 병만 겪는 게 아니다. 살다보면 자식이나 배우자 문제, 금전적 문제 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고, 갑자기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나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나이 들면 여러 예방주사를 맞아야 되는 것도 있고, 건망증이 생기면 치매가 걱정돼 검사를 받아 보고 싶기도 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심할 경우엔 그때마다 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으면 되지만 매번 그러기엔 막상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수 있으며, 또한 적절한 의사를 찾아 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매일 자리를 지키며 환자를 위해 진료하는 다방면으로 유능한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주치의(대개 가정의나 일반의)라는 제도가 환자를 위해 도입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전문의가 너무나 많아서인지 이런 주치의 제도가 없고 다만 개인적으로 특정 의사를 주치의로 삼으면 된다.

즉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주된 건강상 문제를 전문적으로 잘 해결해 주며 다른 건강상 문제에 대해서도 진료를 잘해주는 의사를 찾아야 하고, 그게 환자의 복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기 마련인데 이 중 인생사의 ‘로와 병’을 잘 다스리고 해결해 주는 T자형 의사를 잘 찾는 게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이건호 기자 hh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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