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거치식·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7·22 대책)이 활황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기존 주택과 상가 거래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내년 대출 심사가 강화되기 전에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 하반기 주택 거래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신규 분양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대책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등 집단 대출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조치도 이달부터 1년간 연장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 ‘둔화’
올 들어 거래가 급증한 기존 주택시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둔화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입자의 소득에 기반을 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면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차입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주택 매입 때 레버리지(대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젊은 전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전세입자들이 매매보다 월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재건축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둔화됐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오르며 직전주(0.15%)에 비해 오름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비수기인 7월 들어서도 주간 오름폭이 확대되는 모습이었으나 지난주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신도시도 같은 기간 0.04%에서 0.03%로 줄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변동률은 같은 기간 0.11%에서 0.09%로 둔화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거래를 미루고,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호가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오름세 ‘주춤’
강남권 대단지 매수세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계절적 비수기가 겹친 데다 내년부터 거치기간이 1년으로 줄고, 대출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수요자 입장에서 만만찮기 때문이다. 집을 팔려는 쪽에서도 향후 집값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일부 평형 호가가 최근 1주일 새 1000만원가량 떨어지는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수세와 호가가 한풀 꺾였다. 강남권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까지 누적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기존에 팔려고 내놓은 집들이 올 상반기 대부분 거래되면서 물건도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