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억제' 부동산시장 전망] 강남 재건축단지 매수세·호가 주춤…강북 뉴타운·신도시는 큰 영향 없어

입력 2015-08-05 07:00
[ 김일규 기자 ]
거치식·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7·22 대책)이 활황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기존 주택과 상가 거래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내년 대출 심사가 강화되기 전에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 하반기 주택 거래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신규 분양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대책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등 집단 대출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조치도 이달부터 1년간 연장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폭 ‘둔화’

올 들어 거래가 급증한 기존 주택시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둔화될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차입자의 소득에 기반을 둔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면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의 차입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주택 매입 때 레버리지(대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는 젊은 전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전세입자들이 매매보다 월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재건축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둔화됐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오르며 직전주(0.15%)에 비해 오름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비수기인 7월 들어서도 주간 오름폭이 확대되는 모습이었으나 지난주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신도시도 같은 기간 0.04%에서 0.03%로 줄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변동률은 같은 기간 0.11%에서 0.09%로 둔화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거래를 미루고,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호가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오름세 ‘주춤’

강남권 대단지 매수세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계절적 비수기가 겹친 데다 내년부터 거치기간이 1년으로 줄고, 대출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수요자 입장에서 만만찮기 때문이다. 집을 팔려는 쪽에서도 향후 집값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개포주공 일부 평형 호가가 최근 1주일 새 1000만원가량 떨어지는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수세와 호가가 한풀 꺾였다. 강남권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까지 누적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기존에 팔려고 내놓은 집들이 올 상반기 대부분 거래되면서 물건도 줄었다.

??잠실동 리센츠, 엘스 등의 단지에선 매수 희망자와 집주인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매수자들은 선뜻 나서지 않고, 매도자는 기존 가격보다 낮게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계의 얘기다. 리센츠 84㎡(이하 전용면적)는 매매가가 11억원을 넘어선 뒤 더 오르지 않고 있다.

다만 강남권에서도 단지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실수요 거주 단지들은 영향이 작다. 2001년 입주한 도곡동 삼성래미안은 지난달에만 10여건이 거래됐다. 비수기임에도 전세 물건을 찾다 지쳐 집을 사러 오는 수요자가 있다는 것이다.

강북·신도시 집값은 보합세

서울 강북 주요 뉴타운 내 집값은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2단지 푸르지오 59㎡ 계단식 저층부 매물은 3억8000만원으로 지난달 호가 변동이 없다. 길음뉴타운은 실수요자가 많은 곳이어서 호가가 약간 오른 곳도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텐즈힐 84㎡ 매물도 6억5000만~7억원대 초반 선에서 호가가 유지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트리베라 1·2차 59㎡ 매물은 호가 상한선인 4억원에 최근 팔렸다. 84㎡는 4억6000만~5억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매수자는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니 ‘그래도 사야 하지 않나’라는 분위기이고 매도자들은 집값이 내릴까봐 불안해하는 눈치다.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역세권인 은평뉴타운 롯데캐슬 59㎡는 4억1000만원, 84㎡는 5억3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내년에 들어서는 롯데몰 등의 영향으로 정책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은 아직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계의 얘기다.

경기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도 이번 가계부채 대책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 수내동 금호베스트빌 85㎡는 대책 발표 전과 비슷한 매매가(4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부동산시장이 좋아 집주인들이 더 비싸게 팔기 위해 매물을 많이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대책은 LTV, DTI 규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은 채 우회적인 수단을 도입하는 데 그쳤다”며 “유동성 억제 정책이긴 하지만 주택시장과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가격 상승 흐름의 배경에는 정부 차원의 유동성 공급 외 아직 충분하지 못한 수도권 지역의 주택보급률, 금융위기 후 분양 감소 등 여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1일부터 금융업권에 상관없이 전 지역에서 대출 시 70%의 LTV를 적용하도록 했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DTI는 작년 8월부터 전 금융권에서 60%로 맞춰졌다.

“하반기 집값 1.1% 오를 것”

하반기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1.1%와 2.2%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매매시장은 저금리와 분양시장 활성화로 가격이 소폭 상승하고 전세시장은 수급 불균형에 따라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5년 부동산시장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하반기 주택 매매 및 전세가격 상승률은 상반기 매매(1.8%) 및 전세(2.6%) 가격 상승률에 비해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 주택 거래량은 작년 동기보다 11%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중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예상 상승률은 각각 1.4%와 3.1%로 상반기의 2.6%와 3.8%에 비해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주택 매매시장은 저금리와 분양시장 활성화로 매매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가계부채 관리대책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보다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임대시장도 수도권 재건축 이주 수요, 월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겠지만 상반기보다 변동폭은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상반기 주택시장은 저금리와 전세물량 부족, 매매수요 전환 및 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며 “하반기에는 주택 공급량 증가와 일부 지역의 가격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계부채 안정대책 추진 등으로 변동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토지시장은 개발사업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상승을 나타내고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은 임대료 약보합세와 공실 증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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