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미국 수준 최저임금 유지…빚 720억弗 달해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3일(현지시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10여년간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최저임금과 보조금 제도를 유지,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디트로이트 같은 미국 내 지방자치단체가 파산 신청을 한 적은 있지만 자치령이 디폴트에 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5800만달러(약 680억원) 채무 중 62만8000달러(7억4000만원)만 갚고 나머지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10여년간 세출을 감당하기 위해 채권을 무리하게 발행, 올 7월 말 현재 누적 채무가 720억달러(84조1000억원)에 달한다. 채무의 약 33%는 미국의 헤지펀드, 15%는 개방형 뮤추얼펀드, 나머지는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6월 말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며 채권자들에게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포함한 광범위한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또 미국 연방정부에는 자치령도 파산보호 신청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촉구했다. 미국 내 지자체는 파산 신청 후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자치령 ?대해선 파산보호 신청의 적용 규정이 없다. 푸에르토리코가 채권단과 연방정부에 제기한 요청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에밀리 라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디폴트는 앞으로 다가올 광범위한 디폴트의 첫 사례”라고 말했다. 3일은 5800만달러만 못 갚았지만 앞으로 줄줄이 만기 도래하는 채무도 갚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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