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중국서 줄줄이 짐싸는 한국기업

입력 2015-08-04 18:55
인건비 상승·환경규제 강화·세혜택 축소

산둥성서 철수 한국법인, 신설 법인의 3배에 달해


[ 임도원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4일 오후 4시15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세운 현지법인들을 줄줄이 철수시키고 있다. 인건비 상승, 환경오염 등 규제 강화, 시장경쟁 심화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줄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KOTRA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인 산둥성에서는 매년 철수하는 한국 법인이 새로 생기는 법인의 약 세 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용민 KOTRA 칭다오무역관장은 “최근 한국 기업이 산둥성에 연간 새로 설립하는 법인은 150개 정도인 반면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법인은 500개가량 된다”고 말했다. 중국에 신규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한국 기업은 2011년 827개, 2012년 722개, 2013년 816개에서 지난해에는 701개로 줄었다.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데다 투자혜택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ㅊ寬?지난해 말 각 지방자치단체에 외국 기업에 적용해온 세제혜택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지자체들은 주로 전통 제조업체들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물산기업은 중국에서 포크, 나이프 등 양식기를 제조 및 판매해온 현지법인 동항동양물산유한공사를 연내 매각할 계획이다. 동양물산기업은 중국 법인이 최근 수년간 적자를 내자 지난해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양식기 제조가 노동집약 사업이어서 중국에 1994년 공장을 세웠는데 현지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고임금에도 젊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다. 김주철 KOTRA 해외투자진출지원단 차장은 “요즘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공장 취업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공장에 갈 바에야 차라리 식당에서 일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통 제조업체들은 환경오염 규제에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국산업은 중국에서 20년 동안 운영해온 컬러강판 계열사 쑤저우동신채색금속판유한공사를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환경오염 규제 강화로 오수처리 등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첨단업종 업체들도 현지 경쟁 심화로 짐을 쌓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중국 현지의 음반 제작 계열사 TR뮤직과 인터넷 계열사 SK팬스를 매각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위성항법장치(GPS) 계열사 ‘선전 이아이 카오신’을 매각했다. 이들 계열사는 유사 업체들이 현지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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