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수입 규제 3분의 2가 철강 부문
작년 무역 분쟁 18건 달하는데
정부는 "참아달라" 뒷짐만
[ 김보라 기자 ]
한국산 철강재가 세계 각국에서 통상 마찰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중국산 철강재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철강재 순수출국인 한국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나라는 29개국에서 총 161건의 수입 규제를 받고 있다. 이 중 철강부문이 62건에 달해 가장 많다. 2010년 4건에 불과하던 한국 철강업계의 무역분쟁은 지난해 18건까지 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자 해외로 물량을 대량 방출한 게 이 같은 무역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 때문에 한국의 대미 강관 수출은 올 상반기 전년 대비 60% 이상 줄어드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철강업계에는 보호무역주의가 더 거세지는 추세다. US스틸 등 미국 철강사 6곳은 최근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한국산 자동차·건설용 강판을 제조하는 포스코 등 업체를 반덤핑 혐의로 제소했다. 지난해 미국 상원에서는 불공정 무역거래를 하는 수입품에 대해 징벌적 상계 관세를 매기는 관세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EU는 2월 한국산 전기강판에 22.8%의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수입 전기강판에 대해 덤핑조사에 들어가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지난 수년간 철강 분야에서 수입규제 조치를 한 것은 중국산 H형강 반덤핑 조사가 거의 유일하다. 정부조달사업에 자국산 의무사용 조항도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철강업계는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만 보고 있다”며 “철강업계가 ‘중국산 저가 철강 수입 규제 좀 해달라’고 수년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자동차·반도체 등 다른 산업이 수출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철강업계가 좀 참아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5위 철강 강국이 됐다. 2011년부터 철강 순수출국으로 돌아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은 자동차·조선·반도체 등 주력 산업 핵심 소재이자 국가 기반산업”이라며 “업황 사이클도 10~20년 단위로 길기 때문에 지금 경쟁력을 잃으면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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