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롯데가문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

입력 2015-08-03 07:52
수정 2015-08-03 11:18

롯데가문이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배워야 할 역사적 교훈
롯데그룹의 자멸을 부르고 있는 형제, 부자간 경영권 분쟁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내와 내부 단결로 일본 천하를 얻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과 동생이 서로를 비난하고, 아버지와 차남간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후계 자리를 놓고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주총 표대결로 치닫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층에선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세키가하라 결전'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한다.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이기든, 신동빈 롯데 회장이 승리하든 롯데그룹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 형제와 부자간 골육상쟁이 깊어지면서 롯데의 '성공 신화'는 무너졌다. 롯데가문내 폭로전이 연일 이어지면서 한일 양국에서 소비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룹내 임직원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차기 경영권을 놓고 벌어지는 '롯데사태'는 '세키가하라 결전'처럼 형제간, 부자간전투로 마무리돼선 안될 것이다. 세키가하라 결전으로 일본의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다녀온 세케가하라 결전지는 '인내와 내부 단결'이 일본 천하통일의 비결임을 보여준다. 롯데가문에도 좋은 교훈이 될 듯하다.





일본 전국시대의 종지부를 찍는 일전이 1600년 벌어졌다. 지난해 말 일본에서도 가장 신령스러운 산으로 꼽히는 기후현 이부키야마의 하산길에서 우연히 ‘세키가하라 결전지’ 표지판을 발견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이시다 미쓰나리의 서군이 천하를 놓고 격전을 펼친 곳이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산 도쿠가와는 인내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인물. 일본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전국시대의 3대 영웅은 오나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들 3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장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켜 전국의 다이묘들을 조선의 전쟁터로 내몰 때 도쿠가와는 영지의 혼란을 이유로 전쟁에 참가하지 않고 일본에 남아 군사력을 비축했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중 사망하고 7살짜리 어린아이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전쟁이 끝나자 국내는 정권을 탈취하기 위한 다이묘들의 각축장으로 바뀐다. 도쿠가와는 전쟁터로 나갔던 무공파 다이묘들을 회유하고 이들과 혼인동맹을 맺어 최고 실력자로 부상한다.

아이즈에 근거를 둔 우에스기를 토벌하기 위해 나선 도쿠가와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이었던 이시다 미쓰나리가 뒤를 치면서 전국시대의 최후?승자를 결정짓는 전투가 벌어진다.

양측은 1600년 10월21일 중부 기후현의 ‘세키가하라’에서 전면전을 치른다. 세키가하라 전투다. 결과적으로 하루 만에 끝난 싱거운 싸움이었지만 전국 다이묘들이 동군과 서군으로 양분돼 결전을 펼쳤다.

세키가하라 전쟁터는 논과 임야지대다. 널찍한 들판엔 추수하고 남은 볏단이 드문드문 보였다. 들판 여기저기서 가을배추를 다듬고 있는 농촌 아낙들의 밝은 얼굴을 발견했다.

당시 전투를 벌였던 중심지에는 비석이 서있었다. 동군과 서군이 위치했던 곳에도 동군 대표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서군 대표인 이시다 미쓰나리의 이름이 쓰인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전적지의 소개 자료를 보니 당일 전투에 참가한 군사 숫자는 도쿠가와측 7만, 이시나리측 8만 명으로 서군이 우세했다. 진지의 위치도 서군이 높은 곳에 잡아 객관적인 전력과 지형에선 서군 측이 유리했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도요토미군의 내부 모반이 도쿠가와군의 결정적 승리를 가져왔다는 설명도 있었다.

서군 8만 명 가운데 싸움에 적극 가담한 군인 수는 3만 명에 불과했다. 부하의 모반으로 전국통일을 눈앞에 두고 목숨을 잃은 오다 노부나가와 마찬가지로 도요토미정권도 결국 내부 모반으로 패하는 운명을 맞았다.

승패는 결국 내부의 단합에 달려 있음을 역사의 현장은 보여주고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의 승리를 계기로 전국의 패권을 잡고 250년 도쿠가와막부를 열게된다.

70살이 넘게 장수한 도쿠가와는 말년에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다’ 말을 자주했다. 권력을 잡은 후손들이 통치에서 겸손할 것?강조한 말이다.

고난이 가득했고 죽을 위기에 여러차례 직면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세상 사는 처세는 바로 인내였다. 그는 인내에 인내를 거듭해 일본을 얻었고 자손들에게도 그 지위를 물려주었다.

도쿠가와는 ‘인생에서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진다’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는 뜻. 인생을 서두르지 말고, 분노를 버리라고 당부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롯데그룹을 이끌 롯데가문과 경영진들도 한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최인한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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