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만든 파란 얼음장벽, 남미의 '겨울 왕국' 속으로…

입력 2015-08-03 07:00
칠레·아르헨티나 접경 빙하지대 '파타고니아'



찌는 듯한 더위가 대지를 녹이는 여름의 중심. 시원한 곳이 절로 그리워진다면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공유하고 있는 천연의 빙하 지대 파타고니아에 가보자. 파타고니아는 영겁의 시간을 품은 빙하와 부서질 듯 푸른 하늘과 또 그 하늘을 담은 호수의 땅이다. ‘거인의 땅’이란 뜻의 파타고니아에선 남극의 입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유럽인들이 사랑했던 파타고니아는 유럽 정복자들의 문화와 원주민의 문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히말라야 산맥과 더불어 산악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빙하의 아름다움…페리토 모레노 빙하 지대

아르헨티나 쪽에 있는 파타고니아는 눈길이 닿는 곳까지 모두 빙하지대다. 이곳의 빙하는 아마존의 열정과 안데스의 냉정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아마존의 습기가 안데스 산맥에 부딪히며 눈으로 내렸고, 이 눈이 몇만 년에 걸쳐 쌓여 푸른 빙하로 다시 태어난다. 빙하는 내리는 눈에 떠밀려 얼어붙은 채 조금씩 전진한다.

그중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파타고니아의 간판이다. 푸른 산이 호위한 거대한 모레노 빙하 위로 아련한 무지개가 서린다. 손에 잡힐 듯한 이 빙하는 여름 동안 녹은 물이 빙벽을 녹여 4~5년에 한 번씩 붕괴된다. 집채만한 얼음 덩어리가 시원한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또한 이곳은 아이젠을 착용하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으로도 유명하다. 차가운 세상 속으로 한참을 걷다 보면 투어 가이드가 위스키를 담은 잔을 건네며 그 안에 작은 빙하 조각을 넣어준다. 독한 위스키가 빙하와 조화를 이루며 잊지 못할 맛을 제공한다. 이 위스키를 맛보는 것이 빙하 관광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모레노 빙하가 속해 있는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의 빙하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폭 5㎞, 높이 60~80m로 칠레 국경까지 뻗은 빙하의 길이는 35㎞에 이른다.

하루에 사계절 체험하는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칠레 쪽의 파타고니아는 ‘토레스 델 파이네’라고 부른다. ‘청색의 탑’을 뜻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는 트레킹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은 안데스 산신령은 물론 남태평양의 용왕님도 도와줘야 완주할 수 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토레스 델 파이네의 여행기지인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에서 며칠씩 묵으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여행객이 수두룩하다. ‘파타고니아의 지?rsquo;을 경험해 보는 것은 많은 산악인과 여행객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남쪽으로 112㎞ 떨어진 이 어촌 마을에는 야생의 세계로 들어갈 예정이거나 그곳에서 막 빠져나온 이들을 위해 장비 대여점과 와인숍,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푸른 숲으로 들어가면 봄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숲 지대를 벗어나면 여름 같은 날씨가 펼쳐진다. 게다가 빙하지대로 들어서면 겨울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으니 이만한 여행지를 찾아가는 건 여행자들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대표적인 코스는 W 모양으로 길을 따라 도는 3박4일 트레킹 코스다. W코스는 전체 길이가 78.5㎞로 시작점이 2개다. 공원 입구에서 현지 바람의 방향을 물어보고 바람을 등지며 걷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코스를 걸으면 산은 물론 빙하와 호수, 여러 기후대의 다양하고 빼어난 식물과 경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 벼랑이 많아 강풍이 불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로 인해 조난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바람이 심해지면 휴식을 취하며 눈앞에 펼쳐진 놀라운 자연에 빠져 보는 것도 좋다. 만약 트레킹을 못하게 되면 말을 타고 하루 투어로 산 주변을 훑어볼 수도 있다.

여행 팁!

모레노 빙하에 가려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엘 칼라파테행 비행기를 타고 약 3시간 이동한 후 엘 칼라파테 시내의 투어 에이전시에서 버스나 렌터카를 이용하여 도착한다.

모레노 빙하를 여행한 뒤 안데스 산맥과 평행을 이루는 아르헨티나의 총연장 5244㎞인 국도 루타 40을 따라 여행하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피츠로이, 바릴로체, 라닌국립공원 등)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칠레 파타고니아로 넘어가는 국제 버스도 많다.

환전은 달러를 챙겨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인촌인 아베샤네다 거리에서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후 모레노 빙하를 보고 싶다면 엘 칼라파테행 버스를 탄다. 칠레에서 펭귄을 볼 수 있는 막달레나 섬에 가려면 푼타 아레나스행 버스를 타면 된다.

박명화 여행작가 potatopa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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