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미혼의 와이프'가 차린 웃음감동 만찬, 드시러 오세요"

입력 2015-07-3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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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가 '외식'이라면 제 영화는 조미료 뺀 '집밥'"
13일 개봉 영화 '미쓰 와이프' 주인공 엄정화


[ 유재혁 기자 ]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는 잘 나가던 싱글 변호사 연우가 우연히 사고를 당한 뒤 하루아침에 남편과 두 아이를 가진 아줌마로 살게 되면서 겪는 판타지 코미디다. 연우 역을 맡은 엄정화(46·사진)는 유쾌한 코믹 연기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엄정화는 미혼인데도 ‘해운대’ ‘오로라’ ‘댄싱퀸’ 등을 통해 믿고 볼 수 있는 모성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3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회 반응이 너무 좋아서 혹시 꿈이 아닐까 꼬집어 보고 있어요. 지인들이 ‘최근 본 코미디 중 최고다, 정말 웃긴다’고 얘기해요. 물론 블록버스터 경쟁작들이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쟁작들이 외식하는 거라면 우리 영화는 ‘집밥 먹는’ 느낌일 거예요.”

엄정화가 이 영화 출연을 결심한 것은 시나리오가 따뜻했기 때문. 여성 캐릭터가 끌고가는 이야기란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장면에 제가 나오는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부담감을 즐기는 편입니다. 엄마 역은 오히려 편했어요. 그동안 슬픈 운명의 엄마 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티격태격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니까요.”

관객들은 이 영화를 가볍게 즐기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겨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기하는 동안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을 꾸린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걸 느꼈다고도 했다. 남편 역의 송승헌도 공감했다고 한다. 미혼으로 로맨스물의 단골 주인공이던 송승헌이 평범한 아버지로 나선 것은 처음이다.

“송승헌 씨는 지금까지 부부로 호흡을 맞춘 남편 역 배우 중 최고 비주얼이에요. 극 중 제가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는 싫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웃었어요. 송씨는 소처럼 큰 눈을 꿈벅거리며 듣기만 했는데, 그 모습이 재미있더군요, 호호.”

그는 “송씨가 이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욕망에 빠져 파멸하는 군인을 연기한 ‘인간중독’에 이어 이미지 변신에 대한 송승헌의 갈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송씨가 연기한 캐릭터는 여자들에게 굉장히 달콤한 환상을 심어줘요.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니까요. 일상에서 아내에게 절대 화를 낼 것 같지 않아요. ‘댄싱퀸’에서 황정민 씨는 마초적인 남편 역이었죠. 황씨는 아무리 구박해도 꿋꿋한 남편으로 남아 있을 듯 싶어요. 호호.”

엄ㅘ??지난해 말 MBC ‘무한도전-토토가’에서 열창한 가요 ‘포이즌’은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면서 복고풍 앨범이 쏟아지게 한 마중물이 됐다. 1993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가수와 연기자를 오가며 활동해온 덕분이다.

“1등을 한 것에 저도 놀랐어요. 30~40대에게 1990년대 노래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불러일으켜 인기몰이를 한 듯 싶어요. 이후 추억의 앨범이 쏟아지는 데 제가 큰 역할을 했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음반을 낼 겁니다.”

40대 중반 여배우가 상업영화에서 주역을 맡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 또래의 얘기를 좋아하는 관객이 분명 있을 거라고 했다. 길은 있을 것이고 그 길을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혼자 사니까 외롭지는 않을까. 엄정화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라 외로움을 많이 타지만 행복감도 느낀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애를 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뉴욕 등 해외여행을 자주 갑니다. 럭셔리 여행은 결코 아니고요. 여행은 제게 큰 의미가 있어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게 다른 기운을 불어넣으니까요. 최근에는 호주 바이런베이에서 친구들과 함께 서핑했어요. 실력은 막 시작한 초보 수준이죠.”

글·사진=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