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사업 투자 잇따라 '쓴맛'

입력 2015-07-29 18:26
꿈으로 끝난 의료관광 중개회사…한국판 유튜브

유행따라 사업 아이템 선정
출범 이후 사후관리도 부실
자회사·합작회사 청산 속출


[ 정소람 기자 ] ‘사업 부진으로 인한 재기 불능.’

한라그룹과 범(汎)현대 계열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의료관광 중개업체인 현대메디스는 최근 기업 청산을 공시하면서 이 같은 해산 사유를 밝혔다. 이 회사는 2009년 6월 한라그룹 계열인 한라I&C와 현대해상화재보험 계열사인 현대씨앤알 등이 20억원을 투자해 세운 합작회사다.

출범 당시 회사 측은 “범현대가의 해외 네트워크와 의료 및 보험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매년 실적은 고꾸라졌고 지난해는 매출 2억원대에 영업 손실 1억원대를 기록해 완전히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라 측은 “의료관광 사업성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경영 사정이 더 악화되면서 청산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야심 차게 투자한 자회사나 합작회사들이 최근 잇따라 청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첵첵뵀謗?따르면 KT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사인 동영상 플랫폼 회사 유스트림 코리아도 최근 청산에 들어갔다. 이석채 전 KT 회장 시절인 2012년 3월 KT가 “K팝 등 한류 콘텐츠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한국판 유튜브’를 지향하겠다”며 소프트뱅크 계열 스트리밍업체 유스트림과 51 대 49로 합작해 세운 회사다. 그러나 기존 플랫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하다가 결국 좌초됐다.

KT가 ‘유선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겠다’며 세운 다른 자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베스트파트너스와 KT소프닉스도 각각 지난 2월과 3월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청산에 들어갔다.

이 밖에 한진그룹이 바이오 자회사로 설립한 호미오세라피도 지난해 사업 부진을 이유로 청산했으며, 현대시멘트-성우그룹이 60억원을 출자해 세운 상품 유통 회사 성우오스타개발도 수익성 저하로 같은 해 해산한 바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야심 찬 신사업 투자가 잇따라 실패로 끝난 것은 ‘장밋빛 전망’에만 기댄 의사 결정 탓이라는 지적이다. 기존 사업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데도 무리하게 신사업을 추진한 경우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나름대로 경영능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잇따라 쓴맛을 보는 이유는 합작사 출범 이후 사후관리가 부실했거나 사업아이템 선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유행을 좇아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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