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맞춤형 복지, 촘촘한 개인정보 관리가 관건이다

입력 2015-07-29 18:15
예산의 30.8%인 사회보장지출
개인별 최적화된 맞춤복지 절실
사회보장정보원의 역할을 기대한다

안상훈 < 서울대 교수·사회정책학 hoonco@snu.ac.kr >


정부가 편성한 2015년도 사회보장예산은 116조원으로, 전체 예산 중 30.8%를 차지한다. 사회보장예산이 정부지출의 가장 크고 중요한 분야로 부상한 것이다. 이를 두고 ‘그리스 꼴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우(杞憂)다. 우리 공공복지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하위권이다. 아직은 성장과 함께 복지를 키워 가야 한다는 시대정신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대 사회정책연구그룹의 조사 결과를 보면 90%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고 답했다.

우리보다 앞서서 복지를 확대했던 나라들의 경험을 보면 ‘얼마나 쓰느냐’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복지에 드는 재원을 어찌 마련해서 어떤 복지에 쓰느냐’가 그 나라의 명운을 결정한다. 복지지출이 훨씬 큰 스웨덴 경제는 건강한 데 반해 유럽 평균 수준의 복지를 시행하는 그리스가 휘청거리는 이유다. 빚내서 하는 불공정한 현금복지로 망조가 든 그리스 복지구성의 패착은 복지확대의 서막을 열고 있는 한국의 반면교사(反面敎師)다.

서구의 경험에 기초한 성공적 복지전략의 요체는 간단하다. 첫째, 세금 걷을 수 있는 만큼만 복지를 확대하라. 둘째, 어려운 계층부터 찾아서 챙겨라. 셋째, 근로의욕을 꺾는 현금복지는 지양하고 사회서비스복지로 일자리를 창출하라. 넷째, 복지재정은 정부가 책임지되 착한 민간공급자를 키우는 데 주력하라.

이제 곧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다. 정치인들은 또다시 현금을 퍼주는 화려한 복지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할 것이다. 그 공약들을 다 실천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텐데도 증세를 말하는 정치인은 없을지 모른다. 나라야 죽건 살건, 당선에만 목숨 거는 게 선거판의 기본공식이다. 기댈 것은 오로지 ‘복지국가의 시민’으로 깨어나고 있는 한국인들의 현명한 판단뿐이다.

서울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를 한 번 더 들여다보자. 우리 국민의 절대다수는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무상 보편복지보다는 어려운 사람부터 보살피고 비용을 분담하는 선별복지를 선호한다. 현금복지보다는 서비스복지로 일자리를 늘리라 하고,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주문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현 정부는 교과서에 가까운 합리적인 복지전략을 작동 중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서비스 복지전략, 민간과 정부가 협조하는 혼합전략, 취약계층을 가려내서 우선적으로 챙겨주는 합리적 지출전략 등은 박근혜 정부의 기조이기도 하다. 효율적인 복지전략을 뒷받침하는 사회보장정보의 관리체계도 하나둘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얼마간은 마음이 놓인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회보장?필수요건은 ‘복잡한 정보’에 관한 신속하고 오류 없는 관리다. 최근 새로 출범한 ‘사회보장정보원’이 복지, 보건, 고용, 교육, 납세 등 촘촘한 정보연계의 등대지기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근본적 이유다.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다루게 될 개인정보에 대한 엄중한 보호조치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보기술(IT) 강국 코리아’에 걸맞은 한국형 사회보장 정보관리의 성공을 고대한다. 잘만 한다면 수출전선의 효자상품이 될지도 모르는 시대적 과제다.

안상훈 < 서울대 교수·사회정책학 hoonco@sn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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