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대세지만 여성 육아 부담 여전해
엄마와 아빠 구분 없이 남녀 함께 아이 길러야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내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은 아이를 하나만 낳은 것이다. 당시엔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한 명 더 낳아야겠단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맞벌이하는 우리 부부를 위해 육아를 도와준 도우미 아주머니가 못 오실 때마다 애가 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다. 육아휴직 제도처럼 여성의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육아 부담감은 여전하다. 아니,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일과 육아 중 무엇을 선택할지 본인의 의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맞벌이가 대세가 된 지금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돼버린 것 같다. 남녀 모두 똑같이 일하고 있지만, 육아 의무는 아직도 남성보다는 여성의 숙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많이 있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이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만 4세 이하의 영유아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이 이러니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아는 여성 입장에서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미루기 쉽다. 또 막상 일을 그만둔 여성들도 스스로 뒤처진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아기가 생기면 마음 편하게 직장을 그만둘 수 있었던 옛날이 오히려 부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많은 제도가 생겨나도 여성의 부담감이 여전하다는 사실은 제도 외적인 변화도 병행돼야 하는 것을 뜻한다. 육아가 엄마만의 숙제가 아니라 부모의 숙제라는 사회적인 인식이다.
펭귄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알을 품는다. 암컷이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나가면 수컷은 수개월간 추위로부터 알을 지킨다. 암컷이 돌아오면 그 역할을 서로 바꾼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생물학적 이유로 남성과 여성이 잘할 수 있는 일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출산과 모유수유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익숙했던 엄마 노릇과 아빠 노릇은 사실상 구분이 없다. 일하는 엄마들이 더 이상 엄마 노릇이 아니라 부모 노릇을 하며 함께 아이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가장 적절한 출산 장려책이 되지 않을까.
신용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yhshin@kriss.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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