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비기업만 꾸역꾸역 불어나는 한국 산업계의 실상

입력 2015-07-28 18:19
상장기업 네 개 중 한 개는 부실화 위험이 큰 고위험 기업이라고 한다. LG경제연구원이 올해 1분기 말 유가증권시장 628개 기업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과 차입금/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기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기업 비중은 2012년 이후 3년 연속 높아져 올 1분기 25.3%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29.1%에서 올 1분기 34.6%로 높아졌다. 평균 차입금 규모는 6774억원이다.

상장사 네 곳 중 한 곳은 사실상 ‘좀비기업’이라는 얘기다. 이런 한계기업이 줄지 않는 것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태돼야 할 기업까지 지원에 기대어 연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좀비기업들은 잠재적 시한폭탄과도 같다. 금리인상 같은 외부환경 변화로 급속히 부실화하면 자칫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생존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자산매각이나 자본재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을 유도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기업 안정성뿐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순위 30대 대기업그룹의 영업이익은 57조5600억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60조1700억원)보다도 적었다. 88조2500억원을 기逑?2010년과 비교하면 35%나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4.3%로 2008년의 6.7%보다 2.4%포인트나 낮았다. 2010년 7.9%와 비교하면 4년 사이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돈은 못 벌고 좀비기업만 양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산업 생태계의 작동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무조건 규제하고 중소기업은 지원하는 식의 기업정책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대기업을 차별하는 규제와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책이 기업가 정신을 죽이고 있다”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말이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