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와 샌더스 열풍, 미국 정치마저 품위 잃나

입력 2015-07-28 18:19
미국 정치가 이상하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레이스에서 막말과 독설, 극단적 공약들을 쏟아내는 이단아들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전 대통령후보 존 매케인에 대해 “전쟁 영웅이 아니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을 내뱉고 경쟁 후보인 린지 그레이엄을 선거 자금을 구걸하는 정치인으로 매도했다. 이민자들을 폄하하고 한국인들에게 “미쳤다”고 표현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항상 1위다. 다른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는 조사도 있다.

무소속의원이면서도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버니 샌더스도 마찬가지다. 샌더스는 공공연하게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외치면서 대형 은행을 해체해야 하고 기업들을 사원이 주인이 되는 회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가를 정리해야 하고 TPP 등을 폐지해야 하며 주립대 등록금을 없애고 노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보기 힘든 극단적 좌파공약이다. 아이러니컬하게 그의 지지율도 급상승해 민주당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넘보고 있다.

이념의 양 극단에 서 있는 두 후보다. 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지지율보다 더 많지만 적극적 지지율이 중요한 민주주의 선거에서 이들의 행보가 갈수록 거침이 없다. ‘반짝 열기’가 아닌 지속적 인기 상승세에 미?정치는 물론이고 언론도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혼란 속에 빨려든다.

결국 미국 정치도 포퓰리즘에 서서히 함몰하고 마는 모습이다. 양보와 타협, 견제와 균형을 자랑하는 민주주의는 온데간데없고 막말과 극단주의만 횡행하고 있다. 연설과 화술(speech act)의 민주주의, 품위의 정치를 자랑하던 미국식 정치였다. 하지만 지금 미국인들은 자신의 증오와 분노를 대리하는 선동가들에게 미혹당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막말과 이념 편향을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 세계에 하나의 전범(典範)으로 기능하던 미국 민주주의도 이제 저물어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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