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명 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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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24일), 기자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사진)이 부친상인데 발인이 다음날(25일)이라네요. 혹시 알고 있어요?” ‘아차~’ 싶어 온라인으로 부고기사를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권 행장의 부친상 소식을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다른 은행들에 물어봐도 “처음 듣는다”는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어찌된 사연일까’ 궁금해 기업은행 공보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기업은행 최고경영자(CEO)의 부친상인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게 이해가 안됐거든요. 오랜 추궁(?) 끝에 기업은행 공보팀에선 “권 행장의 부친상이 맞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알리지 않은 걸까요.
이유는 권 행장의 ‘함구령’ 때문이었습니다. 권 행장의 부친께서 작고한 건 지난 23일입니다. 지병이 있으셨다고 하네요. 권 행장은 비서실장과 공보팀에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드리고 싶다”며 “부친이 돌아가셨단 얘기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은행 내에서도 서울 본점의 몇몇 임원들만 이 소식을 나중에 접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언론 부고란에도 권 행장의 부친상 소식을 찾을 수 없었던 거죠.
그렇다보니 빈소가 차려진 서울 煇??서울대병원 장례식장도 ‘은행장 부친상’이라고 하기엔 한가했습니다. 기업은행 비서실과 공보팀 직원, 임원 몇 명이 전부였습니다. 금융권 인사로는 박종복 한국스탠다다차타드(SC)은행장 정도가 눈에 띄었습니다. 권 행장은 부의금도 받지 않았습니다.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뜻에서라고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장례식은 보통 떠들썩한 게 아닙니다.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 고위 공무원 등 소위 ‘잘 나가는 인사’들의 부친상엔 국회의원과 재계와 관계 인사만 1000여명 넘게 몰립니다. 곳곳에서 보내오는 조화(弔花)를 다 받기 어려워, 보낸 이의 이름이 쓰여진 휘장만 따로 떼어내 벽에 쭉 걸어두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기자에겐 ‘조용한 장례’를 택한 권 행장과 형제자매들의 결정이 참 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권 행장의 부친은 은행원(옛 상업은행 지점장)으로 오랜 기간 일했습니다. 5남매 중 셋째인 권 행장 뿐 아니라 언니, 여동생도 은행에 몸담았다고 합니다.
<끝>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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