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치부면책·불체포 특권 등
국회 개혁 미루며 기득권만…
국민 80% 이상 '증원 반대'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내놓은 국회의원 수 확대 방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차갑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포기하는 자정 노력은 보여주지 않은 채 밥그릇 늘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현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의원들의 면책·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세비를 30% 삭감하는 등 ‘국회 셀프개혁’ 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서 국회 개혁안은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은 이번에도 ‘의원 수를 늘리는 대신 세비를 줄이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지난 3월 “의원 정수를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 수를 60석 확대하는 대신 세비는 동결하자”고 말한 바 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서 이들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늘리지 않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많아지면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보좌진과 국회사무처 인력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무실도 새로 마련해야 하고 이들에게 제공하는 차량과 교통편의에 소요되는 비용도 함께 늘어난다.
국회의 비효율성도 심해질 수 있다. 의원 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발의되는 법안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1만3968건이다. 하루 12건씩 새로운 법안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잖아도 많은 법안 발의 건수가 더 많아지고, 법안 처리 속도는 더 느려지는 ‘입법 병목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법안 발의 건수를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로 활용하는 정치 문화는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의원 정수 확대 논란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가 역할을 잘 못 하고 있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에선 86%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기 전에 약속했던 국회 개혁안부터 실천해야 한다”며 “외부 평가를 의식해 법안 발의를 남발할 것이 아니라 단 한 건이라도 민생에 도움이 되는 법안을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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