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융프라우 '유럽의 지붕' 을 달리다

입력 2015-07-27 07:10
'100년 산악열차' 타고 알프스 굽이굽이…빙하가 산맥처럼 펼쳐져
'하늘 아래 첫 동네' 호수로 가는 길…엽서같은 풍경이 스쳐 지나가

천연 설질' 유명한 그린델발트
전세계 스키어들 몰려들어
여름엔 야생화 푸른초원으로

피르스트선 환상적 알파인 체험
시속 84㎞로 알프스 하산 '짜릿'


[ 최병일 기자 ]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는 여행자들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남성적이고 우람한 융프라우의 산세도 보기 좋지만 산악기차를 타고 올라가 속살을 직접 느껴보면 더 매혹적이다. 남성적인 외양과는 달리 융프라우는 ‘젊은 처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름 때문일까. 융프라우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 많지 않다. 사나운 바람이 불고 눈이나 비가 올 때가 더 많다.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는 날이 많지만 어쩌다 한번 고운 얼굴을 보여줄 때면 왜 이곳을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라고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와 빙하가 만든 깊은 계곡,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와 힘차게 굽이치는 우윳빛 강, 소녀의 눈망울처럼 투명하게 惠ご?호수가 이뤄내는 풍경은 완벽함 그 자체다. 스위스가 보여줄 수 있는 절대 비경의 모든 것이 이곳 융프라우 지역에 모여 있다.


인터라켄, 산악기차가 출발하는 융프라우의 관문

융프라우 여행의 관문은 인터라켄이다. 융프라우의 산들로 기차여행을 떠나는 시발점이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융프라우나 클라이네 샤이데크, 피르스트 등 산악기차가 닿는 모든 곳은 바로 이곳에서 출발한다.1년 365일 여행자로 북적이는 이 작은 도시에선 수많은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늦도록 불을 밝힌다.

인터라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시계 매장이다. ‘시계의 나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IWC, 피아제, 태그호이어는 물론 바세론 콘스탄틴이나 파텍필립 같은 명품시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시계 가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편이다. 인터라켄의 중앙에는 잔디광장인 ‘회에마떼’가 있다. 일종의 시민공원 같은 곳인데 이곳이 특별한 것은 인터라켄 시민들이 언제나 융프라우의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다른 건물을 일절 세우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회에마떼에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터라켄 어디에서도 융프라우의 황홀한 절경을 막힘 없이 볼 수 있다. 회에마떼는 다양한 축제나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고 패러글라이더들이 안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의 지붕으로 오르다, 융프라우

융프라우요흐 여행은 인터라켄 오스트 역에서 열차를 타면서 시작된다. 100여년 전 ‘철도의 왕’이라 불린 아돌프 구에르첼러는 해발 4158m나 되는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철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해발 2061m에 있는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융프라우 꼭대기에 있는 아이거와 묀히의 암벽을 뚫고 철도를 연결하겠다는,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었다.

암벽을 타고 철도가 올라가야 하니 톱니바퀴가 철도를 끌어올리는 식으로 철로가 놓였고, 무려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야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구에르첼러 덕분에 후대 사람들은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와,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를 편안하게 만끽할 수 있게 됐다.

어두운 터널과 산자락을 타고 붉은 색 톱니바퀴의 산악 열차는 정상을 향해 쉼없이 올라간다. 기차가 서는 역에는 어김없이 융프라우 주변의 웅장한 풍경이 펼쳐진다. 암벽을 뚫고 만든 기차 길이어서 암벽 속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것이 융프라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융프라우 파노라마. 웅장한 음향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360도 입체 화면에는 융프라우의 장엄한 풍광이 펼쳐진다.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나면 바로 알파인 센세이션으로 이어진다. 융프라우 지역의 과거와 현재의 관광 변화상, 터널 노동자들이 감내했던 극한의 노력이 벽화나 조형물로 표현돼 있다.

알파인 센세이션 끝에 있는, 스위스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27초 만에 높이 3571m의 스핑크스 테라스에 닿게 된다. 테라스에 올라서자 고산증세가 왔는지 머리가 무겁고 숨이 답답하다. 눈 닿는 곳마다 하얀색으로 펼쳐진 융프라우요흐의 모습이 경이롭다.

알프스에서 가장 긴 빙하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22㎞)는 마치 산맥처럼 끝간 데 없이 뻗어 있다. 알레치 빙하는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한여름에도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관광객들은 스노 튜브를 타고 신나는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스치듯 미끄러져 내려가기도 한다.

알레치 빙하 30m 아래에는 얼음궁전이 있다. 1934년 그린델발트와 벵엔에서 온 두 산악 가이드가 알레치 빙하 내부를 쪼아서 거대한 동굴을 만들었다. 동굴은 수많은 얼음조각과 통로로 얽혀 있다. 그 면적이 무려 1000㎡에 이른다. 얼음궁전 속에 있는 독수리, 펭귄 등 다양한 얼음조각도 신기하지만 빙하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끝내 길을 낸 인간의 집념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트레킹과 액티비티의 천국, 그린델발트

융프라우 맞은편의 그린델발트는 1034m에 자리한 융프라우 산악 마을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오래전 빙하로 인해 움푹하게 생성된 계곡에 터를 잡은 마을답게 예전에는 빙하마을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지금은 아이거북벽 아래 자리해 아이거 마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그린델발트는 겨울에는 전 세계 스키어들이 설렘을 안고 찾는 천연 설질의 스키장이지만 여름에는 눈 가는 곳마다 야생화와 푸른 초원으로 가득하다. 융프라우 일대에는 트레킹 코스가 많은데 이곳 그린델발트에서 피르스트(first)에 있는 바흐알프 호수로 향하는 코스가 백미다.

영어로 읽으면 ‘퍼스트’인 ‘피르스트’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뜻이다. 호수로 가는 트레킹 코스는 굴곡이 별로 없고 초보자라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왕복 3㎞ 정도의 길을 걸으면 마치 알프스의 절경만 모아놓은 것 같은 풍경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발 아래에는 노란색, 하얀색, 보라색 등 색색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지금이다. 지루한 줄 모르고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바흐알프 호수에서 정점을 찍는다. 설산들이 호수 속에 그림자로 녹아서 대칭을 이룬다.

트레킹을 끝내고 인터라켄으로 돌아갈 때에는 다시 곤돌라를 타도 되지만 그린델발트 지역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 곳곳을 살펴보려면 걸어서 내려가는 것이 좋다. 딸랑거리는 워낭을 단 소떼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고 스카프를 매고 야무지게 트레킹을 하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날지도 모르니까.

이것 만은 꼭!
피르스트에서 꼭 해야 할 세 가지

1. 피르스트 플라이어 타기

피르스트에 올라 그린델발트와 아이거 북벽의 파노라마를 감상하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도 좋지만 피르스트 플라이어를 이용한다면 환상적인 알파인 체험을 할 수 있다. 피르스트 플라이어는 국내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집라인(zipline) 같은 것이다. 다만 줄이 밑으로 길게 내려져 있고 속도가 시속 84㎞에 이를 정도로 빠르다. 케이블은 튼튼하고 안전하다. 몸무게가 125㎏을 넘지 않으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다. 다만 고혈압 심장병 환자나 임산부 등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금은 27스위스프랑이며 융프라우 철도 VIP 패스 소지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 트로티바이크 체험

피르스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다 보면 보어트에 잠시 멈춘다. 이곳에서 그린델발트까지 내리막길을 질주할 수 있는 페달 없는 자전거가 바로 트로티바이크다. 모양은 아이들이 즐겨타는 씽씽카를 꼭 닮았다. 페달이 없다고 하지만 경사가 심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할 수 있다. 급경사에서는 뒷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앞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속도를 줄여야 안전하게 탈 수 있다.

트로티바이크의 최고 장점은 그린델발트 산악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나 야생화가 우거진 7월의 스위스 산골 풍경이 그림엽서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사용료는 19스위스프랑이며 융프라우 철도 VIP 패스 소지자는 10스위스 프랑에 탈 수 있다.

3. 피르스트 클리프 위크

피르스트 정상에 내리면 암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닦아놓은 보행로를 볼 수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차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이 다리는 스릴 넘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탁월한 관광 포인트다. 줄 하나에 의지해 있는 메탈 위크에서는 알프스의 3대 봉우리 중 하나이자 ‘악마의 빙벽’이라 불리는 아이거를 바라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융프라우로 가려면

인천에서 제네바까지는 직항으로 대략 14시간이 걸린다. 에티하드 항공 경유편을 이용하면 인천~아부다비 9시간, 아부다비~제네바 6시간 정도 걸린다. 경유 중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24시간 만에 도착하게 된다. 제네바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 오스트 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융프라우 VIP패스

융프라우 지역을 여행하려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융프라우 지역 티켓 및 VIP패스다. 융프라우 티켓이나 VIP패스를 사면 스위스 패스나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어도 중복으로 할인이 된다. 융프라우 VIP패스로는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가는 패스는 1회, 다른 융프라우 마을인 그린델발트, 피르스트, 클라이네 샤이데크 등으로 가는 열차는 무제한 공짜로 탈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에서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만원 가까운 컵라면을 공짜로 먹거나 스노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 깎아주는 8스위스프랑 할인권을 선택할 수 있다. 융프라우 철도 기념 여권도 준다. 피르스트 플라이어는 무료이며 트로티 바이크는 정상가(18스위스프랑)에서 8스위스프랑을 깎아준다.

인터라켄 대표적인 수영장인 부르그실리와 쉬니케 플라테 식물원도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 VIP패스 1일권은 170스위스프랑, 2일권은 190스위스프랑, 3일권 210스위스프랑, 4일권 230스위스프랑. 패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 만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80스위스프랑이다. 융프라우 철도 한국총판인 동신항운(junfrau.co.kr)에서 융프라우 지역 티켓과 VIP패스를 살 수 있다. (02)756- 7560

인터라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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