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동반 르네상스'
궤도 다른 성장전략
[ 송종현 기자 ]
효성과 코오롱은 닮은 점이 많다. 나일론사업에서 시작했다는 점이 우선 그렇다. 한눈팔지 않고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다 보니 주력사업도 상당 부분 겹친다. 하지만 미래 성장전략은 차이를 보인다.
효성은 미래의 성장동력도 섬유·화학사업에서 찾고 있다.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해 섬유·화학사업 등에서 세계 1등 제품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이미 여러 번 적중했다. 캐시카우인 스판덱스를 비롯해 3분기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폴리케톤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독일 바스프와 합작한 ‘효성바스프’ 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관련 계열사를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모두 팔아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아쉬움이 컸던 조석래 효성 회장은 2004년 연구진에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신소재를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효성 연구진은 10년간 500억원가량을 투자한 끝에 2013년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것이 기존 플라스틱보다 가볍고 강한 폴리케톤이다.
효성은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폴리케톤을 화학사업 부문의 새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이다.
코오롱은 약간 다르다. 본업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고령화, 환경보호 등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을 하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수(水)처리 계열사인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퇴행성 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인 ‘티슈진-C’의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상품명 승인까지 받았다.
두 그룹이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데는 총수 성향과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일본 와세다대를 나온 조 회장은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섬유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도레이 등 일본 기업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아메리카대 경영학과(학사)와 조지워싱턴대 대학원(경영학 석사)을 나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경영전략은 섬유업에서 시작해 바이오산업과 농생명 분야로 주력사업을 바꾼 미국 듀폰의 사업모델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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