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든 부동산 갑부 도널드 트럼프(69)가 쏟아내는 막말이 화제다. 히스패닉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시작으로 좌충우돌하더니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깎아내려 워싱턴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이런 노이즈(noise) 마케팅이 성공해서일까. 지난달 중순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지지율 3%에 불과했던 트럼프가 21일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선 2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쏟아낸 막말을 보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멕시코 정부는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자,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남쪽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쌓겠다. 그 돈은 멕시코가 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회사 건설현장에 많은 이민자가 일하고 있다며 “내년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다면 히스패닉 득표에서 내가 승리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18일에는 매케인을 정면 비난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존 매케인은 전쟁영웅이 아니다”며 “매케인이 포로로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라는 것인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1일에는 “사우디와 한국은 미쳤다. 이들 국가는 하루 수십억달러를 벌지만, 국가안보에서 여전히 미군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막말은 “이제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트럼프는 철저히 공화당원, 그것도 ‘옛 미국’에 향수를 갖고 있는 장년들을 공략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지지자의 89%가 백인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91%가 기독교를 믿고, 만 65세 이상은 72.4%의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그는 동성연애와 이민에 반대하고 강한 미국을 원하는 보수층의 속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17년 전쯤 대우 초청으로 그가 방한했을 때 대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대우에서 구축함을 사서 요트로 개조하겠다던 그는 전형적인 백인 사업가였다. 그때도 약간 건들거린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 사이 훨씬 더 연예인화한 모양이다. 트럼프의 주된 비즈니스는 카지노 프로레슬링 미인대회 등이다. 한량으로 지내던 그가 정치판으로 간다고 달라지겠는가. 하긴 트럼프로서는 손해 볼 것도 적다. 마음대로 말하고 떨어지면 그만이다. 정치는 어느덧 쇼비즈니스가 됐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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