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의 사실상 답보에 그쳤다는 게 한국은행(속보치) 발표다. 0%대 저성장이 5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갈수록 악화하는 구조다. 올해 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성장률이 2%대일 것이라는 KDI 경제 전망은 무색해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수출부진과 소비침체, 투자위축 등 3대 악재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이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내수가 특히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정부는 경제를 살리려 재정지출과 금리인하 등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주열 총재가 취임한 뒤 한국은행은 1년 새 네 번이나 금리도 내렸다. 정부도 갖가지 경기부양책을 통해 돈을 풀 만큼 풀었다. 하지만 재정·통화정책이 먹혀들 수 있는 경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경제 주체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심리가 결국 투자를 가로막고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제활동을 둔화시키고 있다.
이런 불안의 독소와 무력증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의 정치다. 뻗어가야 할 경제가 낙후된 정치에 발목을 잡힌 지 한두 해가 아니다. 어떤 대책도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기 일쑤다. 지난 2월 이후 국회에 계류 중인 9개 경제활성화법 가운데 7개 법안이 아직도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광진흥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의료법 등은 기업 투자와 직결된 법안이다. 그러면서 동반성장을 한답시고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를 내세워 대기업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경제민주화 깃발이 올라가고 4대 개혁은 구호만 요란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농민을 위하며 골목까지 보호하겠다는 포퓰리즘이 정치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리스를 기어이 망하게 한 파판드레우 좌파정권이 갔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중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은 중진국 함정(mid-income trap)에서 벗어났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던 게 불과 4년 전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정치가 파놓은 ‘경제적 자살’ 구덩이로 치닫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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