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2분기 국내 GDP가 전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저성장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증시 안팎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지수를 이끌만한 내부 모멘텀(상승동력)도 부재한 상태라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보수적 접근을 권하면서도 최근 대내외 경제 환경에서는 또 다시 성장주(株)가 반등할 수 있는 국면이라고 조언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쳐 다섯 분기 연속 0%대 저성장 국면을 이어갔다.
이는 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지난 9일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공개했던 2분기 예상치 0.4%보다 0.1%포인트 더 낮은 수치다.
한은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내린 2.8%로 밝힌 바 있다.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데다 2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결과는 증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암울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가 있는 코스피 164곳의 최근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전에 비해 2.43% 감소했다. 매출액도 2% 넘게 줄었다. 갈수록 상황을 안좋게 보고 있는 전문가들이 많은 셈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증시 내에서 전반적인 실적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다"며 "높았던 실적 기대감이 최근 급격히 가라앉으며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성장 국면의 장기화와 증시 모멘텀 부재는 통상 지수 흐름을 박스권 장세의 늪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기업들의 이익 하향 추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위기와 메르스 사태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많이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상향 모멘텀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성장주다.
성장주란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을 감안해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살만한 주식을 말한다. 최근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나스닥이 좋은 예다. 전문가들은 최근 나스닥의 승승장구의 이유로 탄탄한 실적 증가세를 꼽는다.
실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에서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구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국내에서도 실적 부진의 우려가 높은 대형주보단 이익이 바 좇?되는 중·소형주에 대한 순매수 흐름이 뚜려하게 나타나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안 연구원은 "지난 7일 코스닥이 3%대 급락했던 점 등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예 투자하지 않는 것보단 추세에 순응해 중소형주에 베팅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단지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이유로 주식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익추정치가 지속적으로 상향되는 IT소프트웨어, 헬스케어 등 고성장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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