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벼랑 끝 전술'에 원칙 지키며 타협 이끌어내
메르켈 총리보다 지지율 높아
統獨 과정 진두지휘 …정부 재정도 흑자 유지
[ 임근호 기자 ]
올해 73세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사진)은 요즘 자국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쇼이블레 장관에 대한 독일 국민의 지지도는 70%로 메르켈 총리의 67%를 앞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쇼이블레 장관을 메르켈과 더불어 ‘공동 총리(Nebenkanzler)’라고 평가하는 현지 언론도 있다”며 “메르켈과 쇼이블레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떼어놓을 수 없는 파트너”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1942년 세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기독민주당(CDU)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독일 남부 출신으로, 이 지역의 남성적이고 보수적인 기풍을 대변한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북부 출신으로 강인하면서도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젊은 사람과 여성을 CDU 지지자로 끌어들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FT는 둘의 이 같은 관계가 최근 그리스와의 구제금융 협상에서도 빛을 발했다고 분석했다. 쇼이블레 장관이 원칙주의자의 모습 막?그리스를 밀어붙인 덕분에 메르켈 총리가 중간에서 그리스와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조제프 재닝 유럽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절대 양보는 없다고 말하는 쇼이블레 장관을 내세워 메르켈 총리는 독일 국민을 안심시키는 한편 벼랑 끝 전술로 나선 그리스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에 양보하며 원칙을 저버리기보단 차라리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하는 등 협상 기간에 계속 그리스를 압박해왔다.
그는 헬무트 콜 총리 내각에서 1984~1989년 연방특임장관, 1989~1991년 내무장관을 지냈다. 독일 통일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백전노장 정치인이다. 통일 독일의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길 때 반대하던 독일 하원을 설득한 것도 그였다. 2005~2009년 메르켈 총리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데 이어 2009년부터 맡고 있는 재무장관으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쇼이블레 장관은 필요한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지출하면서도 정부 재정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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