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필 정치부 기자 jp@hankyung.com
[ 박종필 기자 ]
“긴 터널을 지나서 갔더니 바로 종점이더군요.”
임명된 지 한 달 만에 ‘전 사무총장’이 된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회의장 바깥에서 기자와 만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중앙위에서는 사무총장제를 없애고 당권을 5개 본부장 체제로 나누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무총장 인선 후 당내 비노(비노무현)계 반발이 거세지자 당 혁신위원회는 ‘문제 당직’을 없애는 극약처방책을 꺼내 들었다. 사무총장은 당내 인사와 재정을 집행하고 공천 때는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공천 실무 책임을 지는 막중한 자리다. 당장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박영선 의원은 “사무총장 폐지가 핵심이 아니다. 혁신위가 지나치게 당 내부 문제에만 몰입한다”고 꼬집었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사무총장 권한을 여러 개로 나눴지만 당분간 혼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성엽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사무총장 폐지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문재인 대표가 기득권을 시원하게 내려놓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지엽 말단적인 것만 고치면서 이것을 혁신이라고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무총장제를 없애고 본부장제를 만든 것은 2004년 열린우리당 때 이미 해봤던 실험”이라며 “그때도 당 리더십 분산으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부활됐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실 한 보좌관은 “새정치연합의 문제가 리더십 부족인데 당권을 쪼개 놓는 식으로는 총선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기 더 어렵게 됐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정당이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책임 공천’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함께 떠넘기는 ‘회피 공천’이 될 것이란 비관론이 당내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사무총장직 폐지를 ‘빈대(계파 갈등) 잡겠다고 초가삼간(정당정치의 본질) 태운다’는 속담에 빗대기도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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