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
눈 앞에서 총탄 빗발치고
가상의 블록 쌓아 성 건설
현실처럼 생생하게 게임 즐겨
[ 박병종 기자 ]
#. 전쟁터 한복판에서 총알이 빗발친다. 대략 40m 떨어진 곳에 보이는 낡은 트럭 한 대. 트럭 뒤로 몸을 숨기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빨리 뛰지 않으면 저격수의 탄환에 죽을 것이다.
가상현실 총싸움 게임의 한 장면이다. 특이한 점은 게이머가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러닝머신과 비슷한 트레드밀 장치 위에서 실제로 걷고, 달리고, 점프하면서 게임을 한다는 것. 미국 버툭스가 내놓은 가상현실 장치 ‘옴니’가 만드는 새로운 게임의 모습이다.
모바일로 영토를 넓힌 게임산업이 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결합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쇼 ‘E3’에 참석한 가상현실 게임업체는 지난해 6개보다 네 배 이상 늘어난 27개에 달했다. AI와 클라우드 기술도 게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 속으로 들어간 가상현실
페이스북이 지난해 3월 20억달러에 인수해 화제가 된 가상현실 기기업체 오큘러스VR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오큘러스VR은 지난 6월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와 MS의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원’을 호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내년 출시 예정인 콘솔게임 헤일로5에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간 듯 눈앞에서 총탄이 빗발치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MS가 오큘러스VR과 손잡은 이유는 경쟁업체인 소니가 가상현실 기기인 ‘프로젝트 모피어스’와 가상현실 게임인 ‘서머레슨’을 자체 개발하고 있어서다. 소니는 주력 콘솔 제품인 플레이스테이션(PS)의 미래를 가상현실에 맞추고 있다.
MS가 따로 공을 들이는 분야는 현실과 가상을 중첩해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이다. MS는 지난 1월 안경 형태의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를 발표했다. 발표 당시 주목받았던 것은 홀로렌즈를 통해 블록쌓기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시연하는 장면이었다. 내 방 책상 위에 가상의 블록을 쌓아 성(城)을 건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임 캐릭터가 책상에서 의자로 뛰어내리기도 한다.
○음악처럼 스트리밍 기술 도입
넥슨과 함께 ‘온라인 게임’산업을 주도해온 엔씨소프트는 또 한 번의 기술적 도약을 준비 중이다. 현재 개발 중인 클라우드 게임 ‘리니지 이터널’을 통해서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의 실제 구동을 사용자의 PC나 모바일 기기가 아니라 게임사의 서버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김요한 엔씨소프트 과장은 “아직까진 온라인 게임이라 해도 대부분의 게임 요소를 사용자 PC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하고 중앙처리장치(CPU)를 통해 구동한다”며 “리니지 이터널은 게임 데이터의 저장부터 그래픽 처리까지 모두 서버에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PC나 스마트폰은 명령의 입력과 게임화면의 출력만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저사양 스마트폰으로도 동시에 수천 명이 접속하는 공성전(성 뺏기 싸움) 등 고사양의 PC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구동할 수 있다. 동영상, 음악에 이어 게임에도 ‘스트리밍’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AI도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AI연구소를 설립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용자의 행동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이 달라지는 게임 속 캐릭터나 전투 시 이용자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방을 찾아 연결해주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넥슨의 자회사 넥슨GT도 차세대 총싸움(FPS) 게임 ‘서든어택2’에 AI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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