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프런티어
[ 박병종 기자 ]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이종물질 간 표면 결합을 통해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두 소재를 붙이면 그 경계면(인터페이스·interface)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리 화학적 특성이 나타나는데 이를 응용해 신소재를 개발하는 방식이다.
미래소재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2000년대 초 절삭공구의 코팅 막으로 사용하는 질화티타늄(TiN)에 실리콘(Si)을 첨가한 복합소재를 연구했는데, 이때 두 소재가 만나는 경계면에서 각 소재의 강도보다 더 딱딱해지는 ‘초경도 현상’을 발견했다. 2008년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도 영하 223도의 극저온에서 절연체와 금속성 물질의 경계면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학계에는 두 소재의 경계면에서 특수한 성질이 생긴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 왜 이런 특성이 나타나는지,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연구가 없었다. 2012년 김 교수가 경계면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유다. 김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전자의 움직임을 계산하 ?그 결과를 토대로 경계면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하나둘씩 밝혀내기 시작했다.
경계면 연구의 잠재력을 확인한 정부의 지원이 뒤따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2년 미래소재연구단을 ‘글로벌 프론티어사업단’으로 선정해 2013년 35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2년까지 연간 100억~12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2년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에는 금속유기체에 그래핀을 붙여 기존보다 에너지를 6배 더 저장할 수 있는 ‘슈퍼 축전지’를 개발했다. 이 축전지는 충·방전을 1만번 이상 반복해도 성능이 유지돼 전기자동차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에는 3나노미터급 초박막 반도체도 개발했다. 그간 규소를 이용한 반도체는 14나노미터 수준 이하로는 제작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소재는 친환경 에너지 연구에도 활용된다. 연구팀은 식물의 엽록소에 은나노입자를 붙여 기존 태양전지보다 효율이 2배 높은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폴리머구슬과 산화구리를 붙인 소재를 촉매로 써서 햇빛으로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소전극도 개발했다. 수소는 수증기 이외에는 어떤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연료다. 수소전극을 이용하면 공해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로 개발한 신소재는 배터리 반도체 의료기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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