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로 전환하는 거래소…창업서 상장까지 '원스톱 지원'

입력 2015-07-20 21:02
거래소 전쟁서 뒤처진 한국(下)

벤처 성장 생태계 재설계…코스닥 子회사로 분리
실적기준 미달하는 기업도 성장 잠재력 높으면 IPO 허용

'스타트업'에 자금조달 노하우…M&A 정보도 입체적 제공


[ 김동욱/송형석 기자 ]
한국거래소 조직구조 개편을 촉발한 것은 벤처업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코스닥시장 분리’ 주장이었다. 대형주 위주 유가증권시장과 동일한 상장, 공시의무 등이 적용되면서 기술력은 있지만 덩치는 작은 벤처기업의 상장에 불리했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가칭 ‘KRX홀딩스’란 지주회사 설립,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상장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자회사로 분리되는 코스닥에 투입하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코스닥 자회사는 성장·기술형 기업을 위한 전문 거래소로 변신한다.

크라우드펀딩(대중 소액투자)→코넥스 상장→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모험자본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성장기업 중심으로 시장구조를 재설계하는 게 독립 법인 코스닥에 주어진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별도의 기업으로 분리되면 瓚?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생기업도 IPO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상장할 수 있는 통로를 다양화한다는 게 한국거래소가 그리고 있는 밑그림의 골자다. 이른바 미국 나스닥식 상장 모델이다. 코스닥지수나 코스닥 상장 개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파생상품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한 묶음으로 간주했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경쟁 효과’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함께 관리해 왔다. 시장별 상장 목표보다는 전체 상장사가 몇 개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상장 업무 실무자들도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번갈아 가며 담당했다. 코스닥 상장에 집중할 만한 유인이 적었던 셈이다. 코스닥이 실적을 따로 관리하는 자회사로 분리되면 유가증권시장과의 상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거래소는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계기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기업’에 자금조달 노하우를 알려주고 인수합병(M&A)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코스닥 자회사가 자체적으로 하기 힘든 업무들을 지주회사의 재원으로 지원 사격하겠다는 얘기다.

지주회사 체제 개편을 담은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수의 벤처기업을 상장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상장사 숫자가 많을수록 코스닥 독립이 용이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코스닥시장 100곳, 코넥스시장 100곳 등 총 220개 이상의 기업을 상장시킬 계획”이라며 “코스닥시장의 상장 기준을 종전 이익평가 위주에서 성장성과 기술력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동욱/송형석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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