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임업은 자연 자체를 파는 산업
한중FTA로 중국 시장 기회 열려
함양 산머루 연 15억 매출 성공
[ 고은이 기자 ]
“한국에서는 산을 조상 묫자리나 부동산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이제 산림도 적극적으로 경영해야 합니다. 고품질 임산물 재배는 물론 숲 관광까지 경제적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시장을 상대로 한 기회까지 열렸지 않습니까.”
김남균 임업진흥원장(사진)은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과서에 나와 있는 임업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며 “임업은 단순히 임산물을 재배해 파는 게 아니라 자연 그 자체를 파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정 먹거리’와 ‘숲 치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국내 산림산업의 발전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30년간 산림 분야에 종사해온 산림경영 전문가이고, 임업진흥원은 임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산림청 산하 임업서비스 전문기관이다.
한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하지만 대부분 산엔 경제성이 떨어지는 소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전체 산림의 68%가 사유림이지만 소유주가 제대로 관리·경영하지 않아 방치돼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예전에는 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을 푸르게 만드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경제성은 뒤로 밀렸습니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는 나무만 심었고, 투자한 만큼 소득을 올리기 힘들었죠. 이제는 경제성 있는 숲을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김 원장은 판매 가격이 높고, 국내 환경에도 잘 맞는 벚나무 같은 경제수(樹)를 심으면 소나무의 5배가 넘는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산양삼 산나물 등을 동시 재배하면 단기 소득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숲 체험 등 관광업까지 접목하면 부가가치가 더욱 커진다고 했다.
그는 산머루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고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함양의 한 농장을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지난해 5만여명의 체험객이 이 농장을 찾았고 산머루와인 매출은 연간 15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강원 강릉엔 관광객에게 숲 설명을 해주면서 산양삼 등 임산물 판매 실적까지 올리는 곳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체결된 한·중 FTA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격으로는 국내 농산물이 중국산에 밀리지만 산에서 자란 청정 자연식품 이미지로 승부하면 중국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산에서 키운 산양삼은 밭에서 대량 재배한 인삼보다 가격이 비싸도 사람들이 좋다는 것을 알고 기꺼이 사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업진흥원이 지난해 이마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판매한 산더덕은 가격을 밭더덕보다 3~4배 높게 책정했는데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김 원장은 “이제 밭 작물이 산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소비자들이 임산물 품질이 높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품질 검사와 인증을 확실히 하는 게 임업진흥원의 역할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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