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래 관광객 2000만명 관광대국이 되려면

입력 2015-07-19 20:39
관광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민간주도 관광활성화 유도하며
융복합 관광자원 적극 개발해야

박희권 <주스페인대사 >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5 관광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1개국 중 스페인이 가장 경쟁력 있는 나라로 평가됐다. 한국의 관광경쟁력은 2013년 25위에서 4계단 내려간 29위다. 30계단이나 오른 중국(17위)이나, 7계단 상승한 일본(9위)과 비교할 때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급성장해왔다. 2008년 689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1420만명을 기록해 6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관광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 경쟁력 하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중장기 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관광에 대한 정책 우선순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위의 보고서 ‘관광정책에 대한 우선순위’ 항목에서 한국은 71위를 기록했다. 스페인은 6위를 기록했다. 스페인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관광산업을 중점 육성한 결과 국내총생산(GDP)의 15%, 전체 신규 일자리의 4분의 1을 창출하는 효자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도 일자리 창출의 보고인 관광산업 육성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혜택 등을 확대해 민간 주도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를 분석해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해야 한다. 최근 관광은 단순 방문 및 소비 관광에서 참여하는 관광, 스토리텔링 및 정신치유 관광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스페인이 연간 6500만명이나 되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도 태양과 해변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 이외에 소몰이축제·토마토축제 등 참여형 축제, 레알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수의 축구클럽,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한 정신치유 관광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K팝 등 문화 한류, 템플스테이, 비무장지대(DMZ) 등 기존의 문화관광 자원을 더욱 고품질·다양화해 재방문율을 높임과 동시에 컨벤션관광, 의료관광, 뷰티관광, 크루즈관광 등 고부가가치 융복합 관광레저산업을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의료관광이다. 의료관광객은 일반관광객에 비해 체류기간이 두 배 이상이나 돼 경제효과가 크다. 한국은 세계 수준의 의료기술과 인프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수가와 짧은 치료기간 등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의료관광객 수는 태국, 싱가포르, 인도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의료관광 전문호텔 설립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진료과정에서의 편의 확대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의 마케팅을 확대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관광객 대다수가 서울, 제주 등에 편중돼 있어 지방별 다변화 노력이 시급하다. 또 외국인이 지방을 찾는 경우 언어 장벽, 숙소 부족 등 여러 불편을 겪기 쉽다. 스페인의 경우 통역 제공, 통일된 관광안내 체계 확립 등 지방 관광산업 육성에 중앙정부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 특성에 맞는 유치전략을 마련하고 지역별 관광정책을 수립조정하기 위해 관광마케팅 기관(DMO)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희권 <주스페인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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