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이재용 부회장, 바이오 직접 챙길 가능성
장녀 이부진 사장, 면세 집중 속 상사 시너지 모색
차녀 이서현 사장, 패션 사업 '새 도약' 시험대
[ 김민성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법인이자 실질적 삼성그룹 지주사인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확정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인 이재용·부진·서현 삼남매의 새로운 협업과 경쟁구도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합병 반대 공세를 누르고 합병을 성사시킨 직후여서 이들 자매의 역할 변화 등에 대한 삼성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다.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이 과거 건설 및 상사(삼성물산), 패션 부분(제일모직)을 물리적으로 합치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신수종 사업 간 화학적 시너지를 노린다는 점에서 삼남매 간 협업과 경쟁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 있다.
오너가 3남매의 역할론은 향후 경영권 배분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 2세 승계과정에서 한솔·신세계 등으로 계열사를 분리한 상황과는 다르지만 계열 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업계 시각도 있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월1일 출범하는 뉴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지분 5.5%씩을 동일하게 보유하게 된다. 통합 삼성물산의 모체인 제일모직 지분보다 적지만 여전히 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만 현재 공식 직함은 없다. 전신인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에서도 단독 직함을 달고, 일선 경영에 참여하진 않았다.
그러나 통합 삼성물산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 산업 때문이다. 통합 삼성물산의 역점은 그룹 신수종 영역인 바이오사업의 대주주(지분 51.2%)다. 바이오·헬스부문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전략이어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성장동력의 대표격인 바이오만큼은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있다. 향후 2020년 매출 목표 60조 원 중 바이오부문이 2조 원 이상이다. 사실상 지주회사를 책임지는 그룹 경영자로서 총괄 지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부진 사장은 통합 삼성물산에서도 고문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현재 호텔신라 대표직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삼성물산 상사부문 경영고문 직함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서울 내 신규 대형면세점 면허를 현대산업개발과 공동설립한 HDC신라면세점에 역량을 쏟는다. 이 사장은 기존 삼성물산 상사 부문과 면세 사업 간 시너지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상사 부문이 오랫동안 개척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면세점·관광사업 확대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다른 핵심 축인 건설 부문도 이 사장의 리조트 사업 확대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막내인 이서현 사장은 현재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 사장을 맡고 있다. 향후 통합 삼성물산의 주요 사업 두 축이 패션이라는 점에서 역량 발휘가 주목된다. 국내 패션 명가(名家)로 불려온 제일모직이란 기업명은 61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사옥을 강남구 도곡동 군인공제회관으로 옮겨 새로운 삼성 패션 사업 시대를 연다. 통합 삼성물산은 패션부문만 2014년 매출 1조9000억 원에서 2020년 10조 원으로 5배 이상 성장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 오너가 삼남매의 계열 분리설은 당분간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각자 전문 영역과 다른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2020년까지 통합 상성물산의 초기 전략 방향 큰 틀이 맞쳐져 있어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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