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샷 연발해도 그냥 웃어요" 전인지의 미소에 담긴 '긍정의 힘'

입력 2015-07-17 20:43
BMW챔피언십 2R서 3언더파 상위권 도약
피로 겹쳐 야디지북 분실·티오프 시간 착각
컨디션 난조 딛고 '부활샷'…내년 미국투어 진출


[ 최만수 기자 ]
“어제는 투어생활 3년 만에 처음으로 야디지북(코스맵)을 화장실에 두고 왔습니다. 오늘은 티오프 시간을 착각해 일찍 클럽하우스에 나왔죠. 30분 더 잘 수 있었는데 그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US여자오픈을 제패하고 돌아온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2라운드를 마친 뒤 “후반에 눈이 자꾸 감겨 힘든 경기를 했다”며 피로를 호소했다.

하지만 ‘긍정의 아이콘’답게 “많은 팬이 응원을 왔는데 힘든 모습을 보이는 것은 프로의 자세가 아닌 것 같다.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전인지는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3타를 줄이며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중간합계 3언더파 141타를 기록한 전인지는 3라운드 ‘무빙데이’에 힘을 낸다면 지난주에 이어 또 한번 역전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전인지는 지난 13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다음날 귀국했다. 하루도 쉬지 못한 채 15일 프로암에 출전했고 16일부터 1라운드 경기에 나섰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컨디션은 엉망이 됐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

전인지는 “어제는 발이 땅에 끌릴 정도로 힘들어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며 “오늘은 가만히 있어도 눈이 감기고 저절로 고개가 떨어지는 등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2라운드가 열린 17일에는 티오프 시간을 착각했다. 그는 “어젯밤에 서희경 언니와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는데 그만 언니의 티오프 시간(오전 8시20분)을 내 시간(오전 8시50분)으로 착각했다. 아침식사를 하던 중 뒤늦게 알았는데 억울했다”며 웃었다.

전인지의 밝은 미소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이다. 다른 선수들은 대개 미스 샷을 하면 얼굴을 찌푸리지만 전인지는 반대로 웃으면서 그 순간을 잊는다. 아버지 전종진 씨는 “인지가 샷을 한 뒤 웃으면 오히려 실수했다는 것”이라며 “훌훌 털어내는 인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막판 3연속 버디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인지의 피로회복제는 학교생활이다. 그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월·화요일에는 학교(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수업에 꼬박꼬박 출석하고 있다. 그는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설명했다.

전인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 시즌부터 정식 LPGA 멤버로 투어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회원 자격을 얻은 전인지는 진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당장 다음주 LPGA투어 대회부터 회원으로서 출전할 수도 있지만 내년부터 ‘루키’로 뛰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전인지는 “앞으로의 일정은 시간의 여유를 두고 학생 신분임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LPGA 개막전에서 최나연의 우승을 도왔던 데이비드 존스(북아일랜드)와 이번 대회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인지는 그동안 국내 대회에서는 전담 캐디가 아니라 골프장 근무 하우스 캐디나 임시 캐디를 썼다. 전인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영어다. 외국인 캐디와 함께 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고 있다.

한편 박성현(22·넵스)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 잡아내며 합계 8언더파 136타로 배선우(21·삼천리)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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