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가세 면세만 정비해도 세금 수조원 더 걷힌다

입력 2015-07-17 20:31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세수비중이 가장 큰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한다. 17일자 한경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도 부가세 비과세·감면 축소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정치권의 반대가 극심해 어렵다는 것이다.

국세청 세수에서 부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9.2%로 단일 세목 중에서 가장 높다. 소득세(27.6%)는 물론 법인세(21.8%)를 크게 앞선다. 부가세 비과세나 감면만 제대로 정비해도 수조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1977년 부가세 도입 후 면세 품목 중에서 과세로 전환된 것은 거의 없다. 몇 년 전 미용목적 성형수술과 애완견 진료를 면세에서 제외한 게 거의 유일하다. 반면 면세 대상 품목은 지속적으로 추가됐다. 고속버스 요금, 수협중앙회 공급 석유, 농어업 경영 및 대행 용역, 천연가스와 전기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면세 품목이 자꾸 추가되는 이유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 특정 분야에 혜택을 주는 식으로 부가세 면세를 남발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면세 품목은 성역화되고 새로운 품목들이 늘어나기만 했다.

전반적인 비과세·감면 축소 기조에서 부가세만 예외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부가세가 도입된 지 38년이 지난 만큼 기존 면세 품목과 새로 추가된 항목을 포함해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부가세는 역진성이 있는 만큼 신규 과세가 쉽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하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누더기가 된 부가세 면세 체계는 내버려둔 채 법인세 증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곤란하다. 10%인 부가세 세율 인상은 차치하더라도 불필요하고 부당한 면세 및 간이과세 제도에 대해 이제는 ‘메스’를 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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