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통과] '엘리엇 창' 막아낸 삼성…이재용의 삼성 닻 올렸다

입력 2015-07-17 13:22
수정 2015-07-17 16:34
[ 권민경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안이 17일 극적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통합 삼성물산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고 합병 발표 53일 만에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 올라서게 됐다.

투자업계와 재계에서는 삼성물산의 합병 성공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커지게 됐다며 본격적인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 제일모직 '만장일치' 삼성물산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오전 9시 서울 충정로 삼성생명 빌딩과 양재동 aT센터에서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양 산 간 합병안에 대해 표결에 들어갔다.

제일모직은 주주총회 시작 20여분 만에 만장일치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 삼성물산의 경우 주주총회 3시간 여 만에 찬성률 69.23%로 합병 안이 통과됐다.

삼성물산 총 주주 11만253명, 보통주 1억6501만7644주 가운데 이날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는 553명이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행사 주식은 1억3054만8140주(83.57%)다.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해당하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渦善?승인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인 55.7%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합병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9월1일자로 합쳐진다. 합병 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 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쓰기로 했다.

이번 합병 성공으로 삼성물산은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과 상사 부문 외에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부문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그룹 내 바이오사업을 이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 가량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이 지분은 51%(통합 삼성물산 기준)까지 높아진다.

제일모직도 삼성물산이 오랜 기간 쌓아온 해외 영업망을 통해 바이오와 패션사업 등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합병을 통해 지난해 34조원 가량이었던 매출을 2020년 6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삼성 순환출자 단순화…이재용 지배력 강화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해진다.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도 한층 높아졌다.

합병 전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가지고 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분이 소폭 줄어들지만 경영권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4.1%를 통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으로 2013년부터 진행해온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재편이 일단락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점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은 필수적이었다"며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그룹 내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제일모직은 추가 비용 없이 삼성전자 지분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 내 순환출자 단계의 단순화로 결국에는 순환출자의 완전 해소까지 이룰 수 있는 체제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경영권 방어·주주친화 정책 목소리 커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난항이 계속되면서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는 기업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앞서 SK그룹과 소버린 사태를 비롯해 이번 삼성물산 사태까지 국내 기업을 향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노무라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 외국계 헤지펀드의 다음 공격은 삼성전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이 52%에 달하는만큼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공격하기 더 쉬운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 15일 "공정한 경영권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하고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도 "차등의塑퓽?도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공론의 장에서 토론해볼 만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위한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자
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황 회장은 "대기업들이 이번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변했으면 한다"며 "소액주주,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 정책이나 주주친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한국 자본시장에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30일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주와의 정기 소통을 늘리는 등 '합병 후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다. 합병 이후 배당 성향은 30% 수준을 지향하기로 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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