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들 특전사 첫 병영체험 "사회 적응 자신감 얻어…군인 되겠다"

입력 2015-07-16 21:31
수정 2015-07-17 05:37
死線넘어 자유 찾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안보관 심어줘
"탈북과정의 상처 보듬어야"


[ 김대훈 기자 ]
“군 생활은 힘들겠지만 한걸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다니는 한모군(19)은 16일 서울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모형탑 강하 등 훈련을 받고 “교관들처럼 특전사에 입대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군은 2012년 탈북해 현재 고교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군을 비롯한 여명학교 학생 36명은 지난 1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안보견학 및 병영체험 훈련을 받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이 군에서 병영 체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훈련은 실제 특전사 요원이 훈련받는 방식으로 헬기 레펠하강, 모형탑(막타워) 강하, 송풍 극복(낙하산 끌기), 보트 옮기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여명학교 학생들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모형탑 훈련에선 망설임 없이 우렁차게 ‘강하’를 외치며 차례로 뛰어내렸다. 특전사의 한 교관은 “실제 사선(死線)을 넘어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온 만큼 훈련 태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서모씨(21)는 2011년 어머니와 함께 탈逑杉? 한국에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심장병을 앓았고, 수전증도 생겼다. 서씨는 “훈련을 받으면서 더욱 성숙해진다는 느낌을 받았고, 힘든 일을 겪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해병대에 입대해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서씨는 북한에서 고교 시절 군사훈련을 받은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군이 시설과 환경, 군인 생활 면에서 훨씬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이 행사는 탈북 청소년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관을 세우고, 한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들의 나이는 16세부터 25세까지 다양하다. 탈북 과정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고 있는 20세 이상 학생도 다수다. 이날까지는 특전사 훈련 체험을 하고 18일부터 공군부대에서 전투기 탑승과 도라산 전망대, 제3땅굴 등 주요 안보 견학지를 탐방할 계획이다.

가장 공포감이 크다는 11.5m 높이에서 이뤄진 막타워 강하훈련에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한 여학생은 막타워 훈련을 마친 친구를 격려하면서 “너 여군으로 입대해야겠다”고 말했다.

여명학교의 황희건 교사는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일반학교에 다니다 적응 문제로 도중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이 이들의 치유와 회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연 특전사 비호부대 지역대장(소령)은 “통일 미래의 주역인 이들이 올바른 안보관과 국가관을 갖고 대한민국 자유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도록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며 “이들의 훈련 성적도 매우 우수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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