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니선물·옵션 상장, 파생시장 도약의 발판

입력 2015-07-16 20:48
"거래량 1위서 11위 추락 파생시장
'미니상품' 도입은 재도약 기폭제
글로벌 투자자 발길도 되돌릴 것"

강기원 < 한국거래소 부이사장·파생상품시장본부장 >


오는 20일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 상품이 상장된다. ‘미니상품’ 도입이 시장에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새로운 상품이 추가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파생상품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파생상품과 관련한 금융정책은 투자자 보호 등 시장건전성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시장축소까지 감내한 정책당국의 노력으로 파생시장의 질적 성장이라는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 이제 시장 패러다임이 ‘시장건전화’에서 ‘시장활성화’로 옮겨가고 있으며, 미니상품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변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이미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의 지도는 급변하고 있다. 거래소 간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운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런던대륙간거래소(ICE) 및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 등 글로벌거래소가 파생상품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도전도 거세다. 특히 중국시장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상하이선물거래소, 다롄상품거래소, 정저우상품거래소 등 중국 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을 합산할 경우 거래량 기준으로는 이미 세계 3대 거래소와 필적할 만한 위치에 올라섰다. 작년에도 20% 이상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각국이 파생상품시장 확대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속지주의적인 경향을 보이는 주식시장과는 달리 파생상품은 거래편의성에 따라 투자자들이 손쉽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유입된 유동성이 다시 유동성을 부르는 구조인 만큼 경쟁에서 한번 도태되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과거 거래량 세계 1위에서 어느덧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상황을 감안하면 재도약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때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스피200선물·옵션의 거래단위를 5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미니상품의 상장은 국내 시장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는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거래량이 5배로 느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늘어난 유동성을 보고 시장에 참여하는 추가적인 수요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마케팅 활동 중 만난 해외 투자자들도 미니상품에 높은 기대를 보였고, 한국 시장을 떠났던 일부 외국인 투자자가 발길을 되돌리려는 조짐도 감지된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미니상품 도입의 효과는 분명하다. CME가 1997년 S&P500 미니선물과 옵션을 상장한 뒤 해당 상품시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각각 3.4배와 6.8배 성장했다. 일본거래소(JPX)의 경우도 2006년 닛케이225 미니선물을 도입한 뒤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미니상품은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정밀한 헤지거래, 기존 상품과의 차익거래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기존 상품과 만기구조를 달리 가져가는 경우에는 다양한 합성포지션에 대한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생상품’과 ‘위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단어들이다. 파생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위험은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위험을 투자목적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회는 제공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파생상품시장이 꼭 필요한 이유다.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코스피200 미니선물·옵션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제는 거래소와 증권업계가 시장변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차례다. 미니상품이 전체 파생상품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강기원 < 한국거래소 부이사장·파생상품시장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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