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전자 치료제 연구, 미국선 할 수 있고 한국선 못 한다니

입력 2015-07-16 20:43
코오롱생명과학에서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에서 규정한 유전자 치료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허가 및 판매가 불투명하다는 게 어제자 한경 보도다. 이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약품 허가를 위한 마지막 단계인 임상3상 시험을 허가받았다고 한다. 시험에 성공하면 미국에서 곧 시판이 가능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판매가 불가능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999년부터 무려 16년간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연구 기간도 길고 승인 절차도 복잡해 성공하기 어려운 게 유전자 치료제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막판 고비에서 딴죽을 거는 형국이다. 정말 답답하다.

문제는 2012년 생명윤리법을 개정하면서 유전자치료에 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 데 있다. 정부는 개정 법안에서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위해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어야 하고 ‘이용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항을 신설하면서 이미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해서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조차 넣지 않았다. 법 개정 이전에 연구를 진행한 치료제도 이 조항을 따르도록 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은 당연히 정부 허가 조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유전자치료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다른 신약 개발보다 심각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윤리성과 안전성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된 2003년 이후 개인 유전자에 따른 맞춤치료는 희귀난치병을 치료한다는 희망을 인류에게 심어줬다. 전 세계 유전자 치료 시험만 2030건가량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유전자 치료시장이 10년 이내에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U는 연구개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폭넓은 연구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유전자산업의 국제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의 이 주자학적 고루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